#퇴사하고 호주 갈래요 - 멜버른 1. 먹고 마시고 생각하기

*하단의 글은 저의 오래전의 이야기로 현재의 정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9월의 마지막 그 어느 날, 저녁 11시. 멜버른의 랑데뷰 호텔. 126호.

입구가 계단이어서 건물 밖 미니미한 리프트를 통해 들어올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회사를 그만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던 순간은 신발을 신으면서다. 신발을 신으면서 문득 나의 발을 처음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붓기 없이 날씬한 발. 발등을 살짝 눌러보아도 움푹 패이지 않는 발. 발등도 발목도 퉁퉁 부어있지 않은 뾰족한 발. 신발끈을 풀지 않아도 신발이 쏙 들어가는 발. 나는 이런 발을 참 오랜만에 보았다.

휠체어를 타면서 발이 붓지 않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충분히 발을 올려주어야 하는데 이 말인 즉슨, 충분한 수면 시간이 필요하며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도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은 것처럼. 나에게도 보통의 삶은 큰 도전이었다.

그래서 보통의 여행을 해보기로 함ㅋ

 

여행을 하면서 시드니만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쉬워 귀국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여행을 연장했다. 그리고 멜버른으로 떠났다. 멜버른은 시드니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멜버른의 골목 구석구석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멈춰서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시드니 때와 다르게 힘든 스케줄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정말 여유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늘 웨이팅하는 사람들로 붐볐던 Hopetoun Tea Rooms

멜버른엔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곳곳의 그래피티는 그림 같았다. 가고 싶은 카페는 또 어찌나 많은지. 선택하는 것도 일이었다. Hopetoun Tea Room의 화려하고 큼직한 케이크는 유혹적이었지만 늘 웨이팅 줄이 길었고 자리 또한 만석이었다. 작은 공간에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보니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들어가 보고 싶다.

다른 카페에서 선택한 메뉴는 Toasting the French

멜버른의 카페 골목에는 저렇게 호객꾼이 서있다

네 또 그푸치노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프렌치토스트

 

맛은 달달달달달달달달.

정말정말 달았지만 그래서 진짜진짜 행복했던. 계란에 푹 절여서 노릇노릇하게 구운 토스트 위에 슈가 파우더를 잔뜩 뿌리고, 그 위에 딸기잼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까지. 단거+단거+단거+단거=맛있는 거! 토스트 한입 아이스크림 한입 먹다가 너무 달면 쌉싸름한 카푸치노 한 모금 넣어서 쏴아아 내려주기.

선물하기 좋은 초콜릿을 판매하는 Haigh's Chocolates

멜버른 거리에는 볼거리가 많았다

Union Lane Graffiti

 

 

The Little Royal. 로열 아케이드에 있는 마카롱 가게. 여기서 먹은 뒤로 마카롱에 푹 빠졌다.

날씨 조오타

여행 선물하기 좋은 T2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 들른 T2. 다양한 종류의 홍차와 찻잔, 차과 관련된 물건들이 많다. 티 타이머, 아기자기한 거름망, 화려한 찻잔... 차는 기본적으로 비닐에 포장돼서 박스 형태로 무게 별로 판매한다. 틴케이스와 함께 구매하면 좀 더 선물하기 좋을 것 같다.

원하는 맛과 향을 설명해서 점원에게 추천받았다.

내가 고른 Fruitalicious

어떤 맛인지 대충 박스에 다 적혀 있지만, 워낙 차의 종류가 많아서 추천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외에 인기 있는 차 종류도 따로 모아져 있어서 고르기 어렵지 않을 듯.

Manchester Press로 향하는 골목. 구석탱이에 있음

플랫화이트, 라떼, 롱블랙... 하루 커피 세잔은 기본

 

Manchester Press를 스타트로 시작한 멜버른 카페 투어. 원래 계획은 시드니에서 스카이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을 체험하고 귀국하는 거였는데, 어쩌다 보니 여행 일정이 늘어났다. 급하게 비행기를 연장하고, 숙소를 옮길 때마다 다른 숙소를 찾고... 평소 나의 여행 스타일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던 여행.

멜버른의 카페는 대부분 아침 7시 즈음 일찍 시작해서 4-5시, 빠르면 3시에도 닫는다. 의도치 않게 부지런한 여행자가 되어야 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여행을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하게 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