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단의 글은 저의 오래전의 이야기로 현재의 정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울릉공(Wollongong) 스카이다이빙, 그 첫 번째

어릴 적 적었던 오래된 나의 버킷리스트, 스카이다이빙
오전 8시 30분 셔틀버스를 타고 울릉공으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집합장소는 다행히 내가 그날 머무르고 있었던 숙소 Wake up sydeny 바로 앞.
다만, 이 셔틀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니라 휠체어 그대로 탑승이 어려웠다. 평소 같았으면 철저히 대비했을 텐데. (아마 스태프가 저상버스가 없다고 했다면 울릉공에 숙소를 마련했을 것이다) 급하게 떠난 여행이라 나는 당황했지만 버스에 타지 못한다고 스카이다이빙을 포기하기엔 너무나 아쉬웠다. 다행히 같이 버스를 타는 중국인들이 도와줘서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谢谢(xièxie)!

시드니에서 울릉공까지는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각각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리는데 나는 7번째 마지막 조였다. 그런데 이 조라는 것이 미리 알 방법이 없고 그냥 기다림의 무한 반복. 정말 길고 긴 기다림을 견뎌야 했다.
이쯤 되니 14,000 피트에서 뛰어내리는 게 무섭지 않았다. 그냥 하게 해 주세요. 빨리 하고 집에 가고 싶어요.
기다림에 지쳐 혹여나 내 이름을 부를까 귀를 기울이며 아름다운 울릉공의 바닷가, 평화롭게 해변가를 거니는 사람들, 착륙하는 앞 조의 사람 등을 구경했다.

기가 막히게 좋았던 그날의 날씨.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축복이었다. 날씨 때문에 갑자기 스카이다이빙 일정이 취소되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그것도 와서 취소되는 경우도 있고, 앞사람은 했는데 나만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했고 내가 가진 불편함에 대해서 스태프와 컨택했지만, 현장의 스태프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서 못하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나를 위한 장비를 급히 마련해 주었고 스카이다이빙이라는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을 달성해 냈다. 감사합니다!
장비라고 했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복장(보온을 위한 수면 잠옷 같은 파랭이 옷)을 갖춰 입고, 스트랩으로 발목과 허벅지가 잘 고정되게 묶는 점이 달랐다. 그들은 나를 안전장비로 잘 고정해 줬고, 안전한 착지를 위해 내가 스스로 무릎 아래로 손을 넣어 발을 들 수 있는지 확인했다. 다리부터 떨어지게 되면 다칠 수 있으므로. 비장애인이라면 발을 구르며 엉덩이로 착지하겠지만 나는 발을 구를 수 없으니 착륙할 때 즈음에 손으로 발을 들어 올려야 한다.
마침내 마지막인 우리 조의 순서가 왔을 때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미니버스를 타고 또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약 20분...... 제발........). 다시 한번 스트랩을 잘 확인한 후 비행기로 탑승. 작은 비행기는 엄청난 소음과 함께 지상에서 멀어져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드디어 하는구나. 드디어 뛰는구나!
하지만 비행기 문이 열리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를 담당했던 강사 Luke가 내 다리를 비행기 바깥 허공에 띄웠을 때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왜 이러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뛰어내리기 직전까지의 기분이 스카이다이빙의 큰 하이라이트인 것 같다. 뛰어내리기 직전 사진의 내 얼굴은 백지장 그 자체다. 가늘게 뜬 눈동자에 혼이 없다. 수년 후 지나고 그 사진을 보니 우습기 그지없다. 불쌍하고 웃기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사진들이다... 평생 나만 볼 거야. 아니 나만 갖고 다신 꺼내보지 않아야지.
어쨌든 막상 뛰어내리면(던져지고 나면) 중력에 의해 눈을 뜨고 있지만 뜨고 있지 않은 상태가 되고...(정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지는 찰나의 시간이어서) 낙하산이 펼쳐지고 나서야 발아래의 풍경이 들어온다.

믿을 수 없는 색감의 푸른 바다, 하얀 파도, 그날 날씨는 또 어찌나 좋았는지... Luke가 직접 낙하산을 조종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데, 끊임없이 뱅글뱅글 돌며 하하하 웃었던 게 생각난다. 토해내듯 뱉어지는 웃음이 스스로도 참 어색했다. 이렇게 크게 소리 지른 게 얼마만인지, 내 목소리가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하늘은 정말 눈부셨다. 하늘이 정말 눈부시다니 진부하지만 더 이상 표현해 낼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무척 벅찼고, 울릉공의 바닷가가 너무나 예뻤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시간은 늘 그렇듯 순식간에 온다. 그토록 멀어 보였던 땅이 코앞에 다가오고, 무릎을 올려 착지했을 땐 나를 받아줄 수 있는 또 다른 스태프가 준비하고 있었다. 안전하게 착지해 잔디밭에 앉아 내 몸을 묶은 스트랩을 Luke와 함께 풀다가 그의 손이 닿았는데,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안전하게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그가 무척 고마웠다.
휠체어에 다시 타서 장비를 벗기 위해 대기 장소로 돌아가는데, 셔틀버스 아저씨가 멀리서 엄지를 추켜올려준다.
히히 나도 알아요 아저씨. 제가 해냈어요.

다시 돌아가는 길은 피곤해서 까무룩 잠들었더니 도착해 있었다. 뛰어내린 순간은 짧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울릉공의 아름다운 바다는 잊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너도 당연히 할 수 있어, 라며 활짝 웃었던 스카이다이빙 직원도. 정말 잘했다고 말해줬던 Luke의 얼굴도 내 가슴 깊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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