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룬 날들에 대한 기록 1 - 이제는 좀 자야겠는데요

뭔가 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이른 새벽 기상 때문이었다. 양질의 잠을 취한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불면의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악몽에 잠을 깨면 쿵쾅거리는 가슴에 숨을 헐떡이다 그대로 알람시간까지 될 때까지 깨어있기도 했고, 3시, 4시쯤 번쩍 눈을 떠 동이 트면서 밝아지는 창가를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새벽이 주는 특별한 감성이 있기는 한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밤을 새우다시피 하는 날의 장점도 있었다. 몹시도 지친 육신은 그런 날의 다음 날은 기꺼이 잠을 허락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개운하진 않았다. 기절하듯이 잠들고 일어나면 팔 손가락 마디마다 뻣뻣하고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기상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패턴에 익숙해졌다. 포기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까. 예전에는 이런 상황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지금 빨리 자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자야 하는데. 그래야 내일 더 버틸 수 있는데.

그런데 지금은 대처방식을 바꿨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생각했다. 못 자면 내일 자면 되지, 점심에 굶고 자지 뭐. 아침에 일찍 가서 잠이나 자야지 뭐. 마치 숙제를 미루는 아이처럼. 일요일은 원래 못 자는 날로 정해졌다.

하지만 일정이 많은 일주일이거나, 유독 잠이 고픈 날이 있었다. 그럴 때는 수면이 절실해졌다. 그때 내가 찾은 건 비염약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계절성 알레르기가 있어 상비약이 있었다. 처방받은 특정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면 목이 마르고 빙글빙글 천장이 돌다가 잠이 오는 부작용이 있었다. 약을 오용한 것이다. 자고 싶은 날엔 그 약을 복용했고, 머잖아 내성이 생겨 그마저도 듣지 않았다.

불면의 절정은 코로나 확진이었다. 독감이겠거니 하고 검사를 하러 갔는데, 독감 검사 비용은 오만원이고 코로나 검사 비용은 무료이니(증상이 있으므로) 코로나 검사 먼저 하고 독감을 검사하자고 했다. 코로나 양성 반응이 떴다. 백신 맞은 지 한 달 됐는데요? 전조증상 없이 불시에 근육통과 39도를 넘나드는 고열에 시달렸다. 화장실 가는 것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 욱신거렸다. 나는 감기에 걸렸을 때 보통 서서히 열이 오르거나, 컨디션이 안 좋다거나 하는 전조증상이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펄펄 열이 끓는 건 처음이었다. 아픈 건 둘째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여행도 잘 다녀왔는데 이제와서 확진이라뇨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약을 일주일치를 처방받았다. 약을 먹어도 열이 내리지 않았다. 이불을 흠뻑 적실 정도로 땀을 흘리고 나서야 열이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그 후, 삼일 동안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좀 잠든다 싶으면 3시간. 그러고 나서 눈을 번쩍 떴다. 피곤한데 잠을 못 자는 것도 아니고, 하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딱 대학시절 벼락치기를 해보겠다고 에너지드링크를 잔뜩 먹은 기분이었다. 완전한 각성상태였다. 하루는 괜찮았는데 그다음부터는 딱 돌아버리는 것 같았다. 고문이 따로 없었다.

극도로 피곤해 면역력이 떨어질 때만 나타나는 입술포진이 생겼다. 잠은 오질 않는데 몸은 욱신거리고 기침까지 나기 시작했다. 의사는 불면도 코로나 증상 중에 하나일 수도 있다고 했다. 예전에 스테로이드를 먹고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게 생각났다. 혹시 스테로이드 부작용은 아닐까 싶어 약을 중단했다. 그 후에서야 잠을 좀 더 길게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푹 잔 것 같지 않았다.

이즈음이었다. 병원을 예약했던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