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홋카이도 - 오타루 그 세번째

*하단의 글은 저의 오래전의 이야기로 현재의 정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특이한 모양의 가로등

 

 

한국에서 국제전화로 예약한 이세스시로 가는 길. 이 때부터 여행의 먹는다는 행위의 집념이 강해진 듯

 

이세스시 입구

이세스시는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있다. 예약자 이름을 확인받고 다찌로 안내받았다.

이세스시 다찌

이곳에서 한 명의 셰프가 다찌에 있는 손님들의 초밥을 만든다. 내가 앉은 다찌에는 약 5명의 손님이 앉을 수 있고(내 휠체어는 2인분 자리를 차지), 다찌 뒤쪽에는 테이블 자리도 있다. 사실 한국에서부터 메뉴를 결정했지만 건네받은 메뉴판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정독하고 12 피스가 나오는 다이 세트, 우니 차왕무시, 우메슈(매실주)를 주문했다.

소다 우메슈

달달하게 마시고 싶어서 소다 우메슈로 주문했는데 딱 좋았다. 목도 마르고 순식간에 한잔을 비우고 또 주문했다. 다찌 좌석에 같이 앉은 사람들은 나를 제외하고 전부 일본인이었다. 셰프는 나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얼마나 머무르는지, 혼자 왔는지 등등을 물었다. 초밥을 접시에 올려줄 때마다 이게 어떤 생선인지 한국어로 말해줬다. 옆에 앉은 손님들은 오타루에 살고 있는 아저씨도 있었고, 삿포로에서 왔다는 아저씨도 있었다.

성게알

참치 대뱃살

우니 차왕무시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운 계란찜 위에 달콤 쌉싸름한 성게알.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연어

조개 관자

조개관자 초밥에 이렇게 매력을 느낄 줄이야! 씹기 좋게 칼집이 나있는 관자는 적당한 단맛에 너무 부드러웠다. 결국 하나 더 추가해서 먹었다는...

갯가재

차갑고 딱딱할 것만 같았던 갯가재 초밥은 씹는 맛이 너무 좋아 놀랐다. 이세스시는 내가 갖고 있던 식자재에 대한 편견을 와장창 깨버렸다.

게살

내사랑 이꾸라

나는 생선알이라면 다 환장하는데 연어알도 그중 하나다. 좀 더 풍성하게 올라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오타루 손님이 사준 화이트 와인. 초점 어디갔니

일본어에 대해 거의 모르지만 어설프게나마 눈치로 셰프, 다찌에 앉은 손님들과 이야기하면서 화이트 와인을 한잔 얻어먹었는데 평소라면 와인에 대해 거의 모르지만 감사히 마셨다. 계속 초밥을 찍다가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카메라도 집어넣었다. 오도로와 호타테도 한 점씩 추가해서 맛있게 먹었다. 이세스시에서는 간장이 미리 발라져 나와 먹기 편했다.

나는 초밥에 대해 잘 모른다. 솔직히 한국에서의 스시와 엄청나게 다르다거나, 감동적이다 그런 느낌은 없었다. 다만, 모든 재료들이 입에 넣는 순간 녹는 듯 부드러웠고 샤리도 뭉치는 것 없이 녹아내리는 부분이 좋았다. 솔직히 당시 나의 몸 상태가 초밥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어서 아쉬웠다. 그런 주제에 마지막에는 좀 알딸딸한 상태여서... 그냥 기분이 좋았던 기억만 가득하다. 아마도 외국어에 서툴지만 소통하려고 노력하면서 계속 초밥의 맛이 괜찮은지 신경 쓰는 셰프라던가, 유쾌했던 손님들과의 대화가 나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은 것 같다.

계산할 때 받았던 엽서. 유-쾌

이세스시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삿포로로 떠나는 길이 너무나 아쉬웠다. 다음에 또 오타루를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여유 있게 머무르면서 오타루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