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단의 글은 저의 오래전의 이야기로 현재의 정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용한 기차 안. 삿포로에 도착하자마자 기차를 타고 오타루로 향했다.
여행 첫째 날부터 미열이 있다는 건 좋지 않다. 나는 또 나 자신을 과대평가했다. 전날 그냥 집에 일찍 들어올걸 왜 맨날 여행 전날마다 싸돌아다녀 병을 얻어오니. 인천공항에서 바로 상비약을 챙겼으니 여행 내내 별일 없었으면 좋겠다. 여행 중 아픈 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다.


오타루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출발역 삿포로에서 연락받은 직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직원은 익숙하게 몇 번의 조종만으로 딱 휠체어가 올라설 만큼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에스컬레이터는 착착착 소리를 내며 세 칸의 계단이 수평으로 연결됐다. 내가 천천히 그 공간으로 올라서면 직원은 휠체어가 잘 고정이 되었는지 안전을 확인한 뒤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만약 이런 장치가 없었다면 나는 업혀서 내려갔어야 했을 것이고, 그래야 했다면 아마 나는 혼자서는 평생 오타루를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나미 오타루 역에는 엘리베이터도 이런 장치도 없으니 주의하자(2022년 엘리베이터 공사가 준공됐다).

저녁의 오타루는 낮의 오타루만큼 운치가 있다.
터덜터덜 빨리 캐리어를 치우고 싶은 만큼 속도를 내서 숙소로 갔다.
오늘 하루 머물 곳은 오타루 역에서 가까운 오텐트 호텔(オーセントホテル小樽).



방은 깔끔했고 일본의 호텔 치고 넓어서 마음에 들었다. 사실 하루만 묵기 아쉬웠다.

배리어프리 룸답게 갖춰질 것은 다 갖추어진 욕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좀 좁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열쇠로 문을 여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짐을 풀자마자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섰다.

숙소로 가는 동안의 길은 그토록 적막하더니 오타루 운하와 가까워지자 사람이 많아진다. 늦은 저녁 오타루 운하는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마침내 도착한 이곳. 오타루 징기스칸!

가게 안은 협소 해서 좀 기다려야 했다. 여행 당시 여름이라 칸막이가 없어서 괜찮은데 아마 겨울에 문을 다 닫아놓는 구조라면 휠체어로 들어가기 힘들 수도 있겠다. 30분쯤 기다렸을까, 여름치고 서늘한 공기에 으슬으슬하다 싶을 때쯤 자리가 났다. 하도 열심히 봐서 외울 지경인 메뉴를 주문한다.


다시 생각해도 잊을 수 없는 그 맛

너도 잊을 수 없어

징기스칸 모자 테두리에 숙주를 올리고 지글거리는 불판 중앙에 양고기 세 점 투하. 소중히 올린 양고기를 지글지글 신중하게 굽는다. 그리고 잘 익은 양고기 한 점 소스 없이 먹고 맥주 한 모금. 누구야 누가 이거 먹자고 홋카이도 간다고 했어 그게 바로 나야 정말 잘했어 아주 칭찬해. 고기가 사라지는 게 이렇게 슬픈 거구나. 간장 소스를 찍은 고기 한 점을 흰쌀밥에 올리고 밥과 함께 한입. 그리고 맥주 한 모금. 고기 한 점과 함께 아삭 거리는 숙주를 싸서 한입. 그리고 맥주 한 모금.

그렇게 양고기 1인분과 맥주 한잔을 더 먹고 나서야 일어섰다. 너 아까 감기 기운 있어서 타이레놀 먹고 나오지 않았니? 응, 괜찮아 잘 먹어야 빨리 나아. 늦은 시간이었지만 운하에는 그래도 사람이 좀 있었다.

왠지 홋카이도랑 너무 잘 맞을 것 같아. 으슬으슬 떨려오는 한기에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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