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단의 글은 저의 오래전의 이야기로 현재의 정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 숙소를 나선다. 오타루에서는 겨우 1박만 할 예정이라 시간이 빠듯하다. 숙소를 나와 운하로 향하는 길은 어제저녁 지나갔던 길인데 아침은 또 색다르다.

아침 겸 점심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초밥! 스시거리에 있는 마사즈시는 본점이고, 오타루 운하에도 마사즈시 운하점이 있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곳은 스시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아침 일찍 예약 없이 간 마사즈시. 거의 오픈 시간에 맞춰갔더니 웨이팅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오픈 시간보다 십여분 정도 늦었는데 다찌에서 이미 식사를 시작한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어 메뉴판이 있어서 고르기 쉬웠다. 생선회, 회덮밥, 다양한 일품요리 메뉴도 많았다. 내가 고른 메뉴는 아마 4,320엔짜리 세트 메뉴였던 것 같다. 참치, 연어, 가리비, 대게, 성게, 연어알 등 좋아하는 초밥 종류로 갖춰져 있어서 좋았다. 새우의 점성은 좀 내게 안 맞았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맛이었다.
다찌 자리에서 쉐프가 해산물을 꺼내 내가 먹을 초밥을 만드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게 특별했다. 손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초밥을 하나 만들 때마다 얼음물에 담그는데 그 손이 새빨갛게 얼어있어서 내 돈 내고 먹는 거긴 하지만 감사하면서도 죄송했다. 전부 한꺼번에 만들어서 한 접시에 담아주는데, 하나하나 천천히 만들어주는 코스로 주문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저렇게 한 접시에 내어주면 나는 좀 급하게 먹는 터라 시간이 빨리 가서 아쉬웠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오타루 운하 방향으로 내려간다.

오타루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아기자기하다.
오르골당 등 관광 상점들이 몰려있는 메르헨 교차로 방향으로 가자 점점 사람이 많아졌다.











오르골당은 2층도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아쉬웠다. 1층을 뱅글뱅글 맴돌며 화려하고 앙증맞은 오르골들을 구경했다. 마음 같아선 좀 더 큰 오르골을 고르고 싶지만, 늘 손이 가벼워야 하는 여행자는 작고 깨지기 쉽지 않은 것들로 고른다.

르타오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이렇게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1층에서는 다양한 르타오 판매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고, 2층에는 카페가 있어서 이렇게 케이크를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내가 주문한 건 르타오의 시그니처 메뉴인 더블 프로마쥬 치즈 케이크와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세트 메뉴였다. 참고로 1인 1메뉴다. 케이크가 너무 작아서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스시로 이미 포화 상태였던 나에게는 정말 감사했던 사이즈의 케익이었다.



이렇게 텅 비어있던 까페는 10분 뒤 관광객으로 가득 차게 되는데...

블렌딩한 홍차잎이나 원두도 함께 팔고 있었다.




오타루 운하를 지나가는데 갈매기들이 겁도 없이 사람들 앞에 내려앉는다. 오히려 놀란 건 사람들이다. 뒤뚱뒤뚱 전혀 사람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에 사람들이 즐거워했다.


오타루 운하 옆을 지나가는 길. 평화롭다.

배를 타고 운하를 둘러볼 수 있다.

그렇게 세 시간 정도를 네 바퀴로 걸어 다니는 뚜벅이 휠체어 여행자는 위기를 맞는다. 휠체어 배터리가 밥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충전할 만한 곳을 두리번거리다가 오타루 관광 안내소를 발견했다.


직원에게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겠냐고 양해를 구하자, 막아져 있던 콘센트를 안내해 준다(저기 콘센트가 있는지 그제야 알아봤다). 완충하는데 약 두 시간이 걸려서 관광 안내소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주로 타는 휠체어는 전동과 수동 겸용이다. 일반 전동휠체어보다 가벼운 만큼 배터리의 용량도 넉넉하지 않아 쉽게 휠체어는 멈춰버린다. 여행 중에 주로 이런 상황이 올 때 나는 까페에서 충전하곤 하는데,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공공장소에서 휴대폰을 충전하지 않는다. 전기 민영화로 전기요금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싸다. (물론 애초에 우리나라처럼 전기 콘센트 사용에 개방적인 나라는 드물기도 하고) 평소 같았으면 휠체어가 배터리가 다 닳기 전에 호텔에 돌아갔겠지만, 이미 체크아웃한 상태라 조심스레 양해를 구했고 다행히 허락해 주었다.

안내소에는 다양한 책자와,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쉼터, 그리고 관광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휠체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게 도와준 직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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