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기록은 오래전 적어놓은 저의 기록을 바탕으로 현재의 정보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15.01.21. 런던발 경유지 아부다비로 향하는 에티하드 항공 114C.


모니터를 보면서, 베이징에 다다랐을 즈음 그냥 여기서 나를 내려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모니터에서 비행기가 움직이는데 정말 더럽게 느려서 괴로웠다. 나중에는 모니터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고장 나소리가 나지 않는 런닝맨, 군도를 보다가 잠들었다가 깼다가 수차례 반복하니 아부다비에 가까워져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아직 2시간 정도 남아있었고 그 2시간은 정말 느리게 갔다. 처음 경험하는 기내 속의 에어컨 바람이 몹시도 추웠다. 인스턴트 맛 그 자체인 데운 오믈렛과 양념된 시금치, 버섯을 먹었더니 속이 더 메스꺼웠다. 싱겁지만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몸을 데웠다 생각보다는 장거리 비행이 괜찮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런던행 환승 비행기를 타면 곯아떨어질 것 같다.

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나는 Cabin Wheelchair가 손잡이가 없는 이동식 휠체어라는 것을 몰라서 당황했다. 하지만 무척 좁은 복도를 지나다니려면 손잡이가 있는 휠체어는 얼토당토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집이 있는 사람은 Cabin Wheelchair 마저도 힘들 것 같았다.
현지 시각 새벽 5시에 도착한 아부다비는 생각보다 무척 넓고 깨끗했다. 새벽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죽은 듯이 누워서 자는 외국인들 천지였다. 아랍 사람들은 무척 친절했다. 10시간 비행으로 몸이 좋지 않아서 이곳저곳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쉽다. 내 휠체어는 런던으로 바로 가고 있어서 아부다비에서 빌려준 휠체어를 이용했는데, 너무 커서 불편했다.
런던 행 비행기 안에서는 다행히도 옆 좌석들이 비어있어서 무릎을 굽히고 누운 채로 갔다. 장거리 비행이 괜찮다고 생각한 나 자신이 우스워졌다. 집에 가고 싶었다. 기내식이고 뭐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커피에 설탕만 타서 건조한 입술을 축였다. 두 번 다시 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까스로 도착한 런던 히스로 공항은 추웠다. 무사히 건너온 휠체어를 충전하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연락했더니 런던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Heathrow airport terminal 1-2-3 -> King's cross station
underground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영국은 지하철을 underground 또는 tube라고 부른다. Russell cross square 역에서 내렸으면 더 가까웠겠지만 휠체어가 내릴 수 있는 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더 멀리 있는 King's cross 역에서 내렸다. 런던의 지하철은 어떤 역에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지 전철 내부에 맵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첫째 날의 조식은 크로와상, 블루베리와 오트밀을 넣은 요거트, 삶은 달걀, 멜론, 바나나, 오렌지주스, 커피.

이튿날의 조식은 뺑오쇼콜라, 소시지, 후라이, 베이컨, 토마토, 카페오레.
15.01.24. 런던에서 브뤼셀로 가는 유로스타 안에서의 기록. 10 coach 13 seat.
장기비행 여파로 제대로 몸을 추스르지 못한 채 한 런던 여행이라서 아쉬웠다. 첫 날은 너무 힘들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고, 이게 꿈이어서 눈을 뜨면 기숙사 침대이길 바랐다. 메스껍고,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우리가 3박 4일 동안 묵었던 숙소, London university international Hall 5C15호는 더블베드에 욕실이 딸려있었지만 서서 샤워할 수 있는 차단된 샤워부스였고, 휠체어가 욕실에 들어가기엔 문이 매우 좁았다. 휠체어 시설이 있는 방은 1층에 있었지만 싱글룸이었고 둘이었던 우리는 불편해도 5층에서 지냈다. 장애인 화장실은 G층에 있었다. 어찌됐든 벌써 3일이 지났다는 게 놀랍다. 하지만 숙소 위치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대영박물관보다 내셔널 갤러리가 더 좋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서양미술의 역사 수업의 황교수님이 생각났다. 나중에 교수님한테 메일 보내야지. 교수님 제가 정말 왔어요. 사실 그냥 답안지 내고 나가기 아쉬워서 꼭 직접 볼 거라고 썼었던 건데.
미술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무려 8년 전의 일이다. 소파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아서. 원하는 대로 오감으로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아직도 기억 속에 뚜렷하다.









런던의 가게들은 모두 문 폭이 좁아서 전동 휠체어가 접근하기 어려워 보였다. 도보는 모두 경사로가 있었고 평평해서 다니기 수월했다. 심지어 공사 중인 거리마저도 간이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서 놀라웠다.
어제 내셔널 갤러리를 나와서 숙소로 향하는 길에 봤던 런던의 야경이 기억에 남는다. 몸도 첫 날보다 훨씬 나아졌다. waitrose에서 갑자기 다시 어지러워지긴 했지만. 런던의 추위 때문에 몸이 계속 힘을 주고 다녀서 더 그런 것 같았다.
The people's Supermarket, Flat Iron, 대영박물관, 내셔널갤러리, Perb coffee, Urban, Topshop, Cookhouse Joe, Spaghetti House, 마지막으로 더 브런지웍의 Waitrose.

Flat Iron steak 15.8 파운드, Pret cafe 모카 2.15 파운드, Tesco mart에서 생수, 딸기 라이스 요거트, 트윅스 한 봉지.
Cookhouse joe에서 구운 치킨이랑 칠리 샐러드, 감자튀김 8.5 파운드, 내셔널 갤러리에서 아메리카노와 모카 한 잔씩 5파운드, spagetti house에서 토마토소스 피자랑 볼로네즈 스파게티 16 파운드. tea 선물 30 파운드.
소호를 많이 돌아다니고, 런던의 길거리를 많이 보았다. 런던 사람들은 무척 친절했다. 3일 동안 방문한 스파게티 하우스를 제외한 두 식당은 모두 턱이 있었지만 다들 잘 도와줘서 어렵지 않았다. Flat Iron 같은 경우에는 의자가 테이블에 붙어 있는 형태여서 곤란했다. 테이블과 의자를 따로 갖다 줘서 맛있게 식사할 수 있었다. medium으로 구워진 Flat Iron 스테이크는 진짜 맛있었다. 먹으면서 행복했다. 내가 식욕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로즈마리 레모네이드를 소화기 위로 엎었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얼음 상태였다가 계속 사과했는데 너무 상냥하게 괜찮다고 해줘서 더 미안했다...


런던에서 먹은 모든 음식들이 꽤 좋았지만(피자랑 베이컨 빼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많이 먹을 수 없었던 게 아쉬웠다. 여기 와서 완벽하게 소식을 하고 있다. 체력을 위해서 많이 먹어야 하는데 속이 울렁거려서 못 참겠다. 나도 맛있게 많이 먹고 싶어...

Eurostar. London -> Brussels.
유로스타는 인터넷으로 휠체어석 결제가 가능했다. 동반인까지 할인되었다. ‘ㄱ’ 형태의 lift가 대기하고 있었다.
휠체어 석으로 자동 업그레이드 된 Standard Premier seat 13, 14는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다른 좌석에 비해서 휠체어자리는 테이블이 크지 않아서 불편했다. 하지만 바로 앞에 네 좌석이 비어있어서 승무원이 그곳을 이용해도 좋다고 해서 편하게 갔다. 런던에서 브뤼셀까지 2시간 남짓이지만 식사가 나와서 놀랐고, 화장실도 KTX 산천처럼 바로 옆 복도에 위치해 있다. 크기는 좀 더 작았다. 두 시간 남짓한 거리의 시간인데 간단한 식사가 나왔다. 빵, 주스, 커피, 요거트. 기내식보다 훨씬 깔끔하고 서비스가 좋아서 퍼스트 클래스는 어떨까 궁금해졌다.

같은 칸에 탄 승객들도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없다. 같이 여행 중인 친구는 앞에서 차멀미 중이다. 보통 물을 줄 때 still인지 sparkling인지 물어보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sparkling을 마신다. 나는 탄산수에 절대 익숙해질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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