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객실 있나요 : 유후인 야와라기노사토 야도야

어렸을 때부터 반신욕을 좋아했다. 뜨끈한 물로 몸을 푹 담그고 시원한 음료(단지형 바나나우유) 하나 마시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눈을 감으면 부웅 떠오르는 그 느낌, 손가락을 타고 뽀르르 올라가는 기포, 뜨거운 물에 축축해진 두피에서 또르르 흐르는 땀. 그 모든 감각이 좋았다.

2015년 당일치기로 유후인에 갔는데 그냥 가기는 아쉬워서 휠체어로 당일온천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야도야 료칸은 숙박 없이도 온천만 할 수 있다.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는 온천은 가족탕이었고, 성인 2명까지 50분 이용 2000엔(2015년 기준). 야도야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메일을 보냈다. 그다음 날 답장이 바로 왔는데 휠체어 욕조가 필요한지, 별도로 필요한 물건은 없는지 등을 물었다. 당일 온천 고객인데도 신경 써주는 것 같아 고맙고 인상적이었다.
 

유후인 야와라기노사토 야도야 입구

1시 즈음 도착했는데 시끌벅적한 유후인 상점가와 달리 료칸은 무척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온천 안에는 드라이기, 면도기, 샴푸, 컨디셔너, 바디샴푸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예약된 가족탕의 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풍경이다. 왼쪽에는 휠체어 화장실이 있고, 가운데는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창밖이 보이는 온천과 욕조가 있다.

정말 좋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는 표현이 부족치 않다. 여행 중 가장 특별한 시간이었다. 너무 좋았던 터라 몇 년 뒤에는 다시 이곳을 찾아 2박 3일 숙박도 했다.
 

오른쪽 온천이 보인다

저 고리에 포대기를 걸어 스스로 걷지 못하는 분을 이동할 수 있다

목욕의자도 별도로 준비되어 있음

2017년에는 2박 3일로 그때는 가이세키를 포함하여 숙박했다. 휠체어 접근 가능한 온천 외에 다른 온천도 가고 싶어 예약했다. 이것도 시간대를 지정해 예약해 즐길 수 있다. 좀 더 트여있어 개방감 있었고, 고요한 저녁 속 건너편 일본인 모녀의 떠드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당시 2017년 12월은 추운 겨울이었고 후쿠오카에 기차 탈선 사고가 있었다. 그래서 한 번이면 갈 것을 기차를 여러 번 환승하여 지쳐있었고, 또 추운 날씨에 유후인까지 걸어가다 보니 몸이 좀 경직돼있던 터라 맛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었다. 가이세키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화려하지만 특별히 강한 매력은 못 느꼈던 거 같다. 그래도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했다. 나의 첫 스키야키 경험도 이곳에서였다.

화려한 가이세키보다는 다음날 먹은 단출한 조식이 더 맛있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이용하는 조식 식당은 유후인 산과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아름다웠다. 구운 연어와 흰쌀밥, 따끈한 된장국은 최고의 만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