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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해외탐방기

그립톡도 떨어지게 만든 열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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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리오카에서 축제가 있다는 것을 당일에서야 알았다. 어쩐지 숙소 예약이 죄다 안되더라. 축제는 보고 싶고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이리저리 방황하다 보니 얼떨결에 유료좌석 앞 휠체어석까지 와버렸다. 모리오카 마쯔리는 8월 1일부터 4일까지 개최됐는데 내가 있던 날의 유료좌석은 모두 매진이었다.

3시 즈음이었을까. 너무 더우면 손이 저리다는 걸 알았다. 숨쉬기가 힘들다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호텔로 돌아갈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죽을 것 같이 덥지만 이미 움직일 수 없어… 본능적으로 살려고 호흡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움직임을 최소화해 에너지를 비축한다. 그래봤자 휠체어가 움직이는 거지만. 가방도 검은색에 휠체어 팔걸이도 검은색이라 열기에 열기를 껴안고 있는 것 같다. 스태프가 나눠준 팸플릿이 팔뚝에 흐르는 땀에 철썩철썩 붙을 정도로 땀이 났다.

너무 더우니 휴대폰도 발열이 심해 80%에서 더 이상 충전되지 않았다. 땀이 턱 아래로 주륵주륵 흐른다. 땀으로 눈가가 따갑다. 더위에 휴대폰에 강력하게 고정된 그립톡도 떨어져 버렸다. 스티커가 녹을 정도인 것이다. 5시 25분이 됐다. 호흡이 좀 거칠어졌지만 아니야 버틸 수 있어.
 
스태프가 휠체어석 좀 더 앞쪽으로 오려면 오라고 했지만 지금 거기 햇빛 들어오잖아요 거기가면 저 죽어요. 힘겹게 웃으며 이따가요... 하고 거절했다. 나중엔 뒷목까지 저릿저릿하더라. 6시가 되기 직전 근처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얼굴과 살결이 보이는 상체를 찬물로 식혔다. 등목하고 싶었다.
 

 
 
 
 
체감온도 38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손바닥만한 그늘을 찾아 널브러져 하늘을 찍는 것뿐

 
 
 
 
시원한 얼음을 껴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축제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대기장소로 모여들고

 
 
 
 
유료좌석 무료좌석 사람들이 밀집하고, 저녁 6시가 되는 그 순간

 
 
 
 
 
축제는 마침내 시작되었다.

 
 
 
결국 모든 행렬이 다 지나갈 때까지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7시 반 정도에 뒤에 잔뜩 있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인파를 겨우겨우 뚫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가는 길목에도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정말 사람을 헤집어 지나갔다. 교통도 모두 통제되고 있어서 횡단보도를 건널 수 없어 빙 돌아가야 했다.

온몸이 땀에 젖어 기절할 것만 같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급한 대로 빨아먹는 비타민젤리와 캔맥주 하나를 샀다. 젤리를 꿀꺽 꿀꺽 마시며 한계에 도달한 몸에 수분과 비타민을 보충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 체크인하고 맡겨둔 캐리어를 찾았다. 체크인을 해주는 직원이 이것저것 설명해 주는데, 너무 덥고 힘들어서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빨리 방에 들어가서 씻고 싶었다.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한국에서는 차가운 물로 씻지 않는데.... 한동안 젖은 빨래처럼 눌어붙은 몸에 차가운 물을 쏟아부었다. 빨래를 할 힘도 나지 않았다. 내일 체크아웃인데 빨래는 무슨 빨래냐. 하코다테에 가서 해야지 하고 짐도 풀지 않았다. 아까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는 지금 먹으면 좋은 결과는 없을 것 같아 캐리어에 쑤셔 넣었다. 자판기에서 뽑은 시원한 사과주스를 하나 뽑아 꿀꺽꿀꺽 원샷하고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그리고 그날 겪은 것이 열사병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하코다테에서부터 지금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여름 정말 잘 알고 갑니다. 덥다 덥다 더우면 얼마나 더울까 했는데 매년 이런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겁니까? 진짜 대단하네요. 그래도 사람을 잔뜩 찍을 수 있어 즐거웠다. 다음에 일본 마츠리를 경험할 일이 생긴다면, 얼음조끼를 입고 갈 테다.

 

 

 


티스토리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11.7-11.27)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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