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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해외탐방기

카페 창업을 꿈꾸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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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오카는 1박 2일로 짧은 여정이다. 이 1박 숙소도 겨우 구했는데 알고 보니 축제기간이었다. 가마이시역에서 모리오카역으로 환승 없이 가는 하나미키 방면 기차는 하루에 딱 5번. 첫차는 아침 7시 41분이고 그다음은 11시 28분이다. 그냥 일찍 나서서 호텔에 짐을 맡기기로 한다. 가마이시보다는 훨씬 도시라 볼 것은 많을 것이다 기대하며.

 

전철에서 상모 돌리기로 1시간 30분 정도 잠들었다. 남은 시간은 1시간. 점점 열차에 타는 사람이 많아진다. 눈을 뜨자마자 편의점에서 산 멘타이코 오니기리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재스민차를 마셨다. 전철 양옆으로 초록이 가득해 마치 숲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만 같다.

 

 

 

 

그리고 모리오카에 도착해 새삼 깨달았다. 이건 폭염이다. 생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어제 잠깐 햇빛을 쬐었다고 발등의 샌들이 가려지지 않는 부분이 전부 탔다. 모리오카에서 1박 숙박한 루트인 모리오카는 역에선 가깝지만 시내와는 꽤 거리가 멀다. 캐리어를 맡기고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6시에 시작하는 축제 구경을 할 계획이다.

 

 

 

https://maps.app.goo.gl/toQrHQbUu52pzGLP8

 

Inada Coffee House · 일본 〒020-0874 Iwate, Morioka, Minamiodori, 1 Chome−12−18 松栄 館1階

★★★★★ · 커피숍/커피 전문점

www.google.com

 

 

Inada Coffee House(いなだ珈琲舎). 생각보다 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가는 동안 더위에 와 죽을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 40도 속도제한 표시판이 마치 지금은 40도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양산 없이 두 바퀴에 전속력으로 달려도 햇볕을 직통으로 받는 두피도 컨트롤러를 움직이는 손도 뜨겁다 못해 따가웠다. 더위에 얼굴과 몸통이 땀으로 젖어갔다. 더워도 잘 땀이 나는 편이 아닌데, 땀이 주르륵 턱 아래로 떨어졌다. 어지러워서 구글맵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카페 입구에 턱 있으면...... 나 운다, 생각하며 들어간 카페는 경사로도 잘되어있고 휠체어도 사용가능한 다목적 화장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리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평점이 높길래 무작정 카페로 달린 나도 참. 마지막에 화장실을 한번 사용했는데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었다. 그리고 화장실 구석엔  투명한 유리 화분 여러 개가 있었는데 커피콩을 가득 채우고 조화를 꽂아 넣었다. 화장실에서마저 은은한 커피 향이 났다.

 

 

 

 

 

진짜 카페였다. 동네 주민들이 사랑할 법한. 여기저기 커피의 자부심과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커피를 만드는 사장님이자 바리스타가 한분, 그리고 직원 두 분이 일사불란하게 일하고 있다.

 

아이스커피는 원두를 고를 수 없었지만 일본에 온후로 처음 맛본 산미가 가득한 커피라 단숨에 마셔버리고 말았다. 맛있어서 한잔 더 마셨다. 일본의 아이스커피는 양이 너무 작아. 두입이면 끝이야. 시폰케이크도 맛있었다. 여기저기 세심한 손길이 가있는 멋진 카페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직원들은 심지어 주전자로 끓인 물로 컵을 소독했고, 드립백을 포장한다는 전화주문을 응대했다. 통화를 끊고 나서 단골고객인 듯 스스키상이네요, 하면서 직원은 갈색봉투에 드립백을 넣고 종이를 붙였다. 얼마 되지 않아 전화로 포장한 스스키상이 들어왔는데 할아버지였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정중하게 직원들이 배웅했다. 서로 손발이 착착 맞는 것이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모습이다.

 

오너는 끊임없이 안쪽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손님이 나갈 때마다 나와서 인사했다. 직원은 일이 멈출 때는 손을 모으고 가만히 서서 손님들이 뭔가 필요하다고 말할 때를 대비하는 것 같았다.

 

 

 

 

 

아이스커피 외 차가운 물도 반 이상 비어질 때마다 다시 부어준다. 처음에 카운터에 앉아 직원들이 계속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작은 카페에 직원이 두 명이나 있다니, 너무 많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신기한 카페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카페. 마치 고독한 미식가의 고노상이 된 기분이다. 단골은 직원들과 계속 이야기하고, 계속 핑퐁하는 대화. 중간중간 침묵이 흐르긴 하지만… 들어와서 바로 휴대폰에 코를 박는 스타벅스에 익숙한 나에겐 어색하고 공기. 하지만 싫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차분해진다. 어쨌든 진짜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셔서 카페인의 눈이 번쩍 뜨는 것 같다. 기분 좋은 카페였다.

 

 

모리오카를 한번 더 방문하고 싶다. 이 카페의 시폰케이크와 드립 커피를 선선한 날씨에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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