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은 저물었지만, 제철소는 가동중

 
오늘은 대이동의 날. JR패스권을 끊었지만 성수기라 그린칸에 좌석이 하나도 없다. 이후의 하코다테행도 마찬가지. 늘 비성수기에 여행해서 몰랐는데, 일본도 성수기엔 기차 티켓 하나 끊기가 어렵다. 특히나 마츠리가 연달아 있는 성수기에는.
 

 
 

센다이에서 가마이시로 가는 길은 꽤 멀었다. 모리오카역까지 신칸센으로 간 다음 일반 JR전철로 갈아타 가마이시역으로 가야 한다. 총 2시간 30분이지만, 바로 갈아탈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거의 4시간이 걸렸다(환승 대기시간). 하지만 4시간이 걸린 것도 축복이다. 어제는 가마이시역을 오고 가는 기차가 고장 나 배차 횟수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한번 기차를 놓치면 4시간을 꼬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홋카이도에서 전철 고장은 다양한 사유로 흔한 일이기 때문에, 정해진 스케줄에서 벗어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유형의 인간이라면 뚜벅이 홋카이도 여행은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 로컬 기차의 배차시간은 상상 그 이상이다.

 
 
 
 
신칸센을 타고 가는데 창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중년 여성 두분이 귀엽다. 꺄르륵꺄르륵 바깥의 풍경을 보면서 그 긴 기차시간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눈다. 여행이 설레는 것은 역시 나이와 상관없다. 그것도 합이 잘 맞는 친구와 함께라면.
 

 

 

 

신칸센에 내려 다른 전철로 환승했다. 가마이시로 가는 전철은 비좁고 느렸다. 사람들이 내리고 탈때마다 비켜줘야 해서 세 시간 동안이라고 가야 하나 한숨이 나왔는데 다행히 하나미키역에서 역무원이 다른 호차로 이동하는 것을 도와줬다.
 

 

 
 
 
1호차로 오니 훨씬 편하다. 아마 모리오카의 역무원은 화장실 때문에 날 그안에 넣어준 것 같다. 너무 작은 화장실이라 사용할 수도 없었지만… 어쨌든 두 가지의 배려 잘 받았다. 도노역에서 한차례 우르르 내리더니 학생들이 탔다.

 
 
 

산속의 구불구불한 길을 통해 간다.  진짜진짜 시골이다. 중간중간 터널 같은 숲 속에선 인터넷도 잡히지 않는다. 오프라인으로 저장해 둔 유튜브 프리미엄이 심심함을 메꿔줬다.
 

 
 
 
멀리서 보이는 '그것'.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단 전동리프트. 느리기도 느리고 소음도 엄청 큰 데다가 허공에 매달린 것 같아 타고 있자면 금방이라도 앞으로 쿠당탕탕 데구루루 구를 것 만 같은 전동리프트. 가마이시역은 상행선과 하행선 사이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전동리프트를 이용해야 했다. 미리 알았다면 가마이시를 오지 않았을 텐데... 한국에서는 그토록 싫어서 딱 한번 타고 다신 타지 않았던 전동리프트는 홋카이도에서는 정말 여러 번 이용했다.
 
보자마자 아앗;ㅁ;아아앗;ㅁ;얽T_T 짓눌린 개구리처럼 끄억 거리자 도와주는 승무원이 웃었다. 다행히 돌아갈 때는 타지 않아도 된다고... 감사합니다.
 

 
 
 
무서워서앙으아

 
 
 
전동리프트로 마침내 개찰구로 나가기 직전 큰 짐(나)을 우선 두고 작은 짐(캐리어)을 옮겨주시는 친절한 역무원님.
 

 
 
 
가마이시역의 타임테이블. 하나 놓치면... 출근은 없는 거야...
 

 
 
 
 
가마이시의 특산품, 그것은 통조림. 온갖 해산물들이 통조림으로 포장되어 있다. 마음 같아서야 하나씩 주워 담아 선물해주고 싶지만 장기여행에 벌써부터 기념품을 살 수는 없다.
 

 
 
뉴데이즈 편의점에서 구매한 통조림. 이가 없어도 먹을 수 있는 부드러운 전복내장 통조림과 성게 통조림을 하나씩 구매했다.
 

 
 
작은 역이라 그런지 역무원들이 많지 않아 분주하다. 7시가 되면 오픈하는 편의점 역 라멘집. 간단히 먹는 스탠딩 라멘집이다. 자판기에서 표를 뽑아주면 금세 한 그릇 뚝딱 말아주는 사장님. 메뉴를 보니 가마이라멘 등 라멘 메뉴가 보인다. 휴게실에 호로록 소리와 뜨끈한 간장 베이스의 육수 냄새에 허기가 진다.
 

 
 
 
내가 방문한 곳은 이와테현 가마이시시 가마이. 가마이시시(釜石市)는 일본 이와테현 남동부에 위치하는 시이다. 근대 제철업 발상지이며 최성기에는 인구가 9만 명을 넘기도 했다. 지금은 제철소의 용광로의 휴지(休止)와 함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현 인구는 약 3만 명. 영광은 저물었지만, 아직도 제철소의 입김은 식지 않았다. 가마이시역 밖으로 나와서 숙소로 향하는 길, 오른편에는 발전소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소도시 방문했을 때 내 앵글은 꽃을 담는다. 왜냐면... 찍을 게 없어...
 

 
 
 
가는 길에 특이한 자판기가 있어 들렸다. 무려 햄버거 자동판매기.
 

동

 
 
 
옆에는 병콜라 자판기도. 아쉽게도 100엔짜리 동전이 부족해 먹어보지 못했다.
 

 
 
 
체크인하고 캐리어를 맡긴 뒤에는 근처에 있는 이온몰로 왔다. 소규모의 이온몰이었지만 주차장에는 꽤 사람이 많았다. 가마이시에 살지 않아도 근처에 이온몰 같은 큰 쇼핑몰이 없어 많이들 이쪽으로 온다고.
 

 
 
 
아무리 봐도 왼쪽에 있는 저건 휠체어 경사로가 아닌 것 같아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그래도 찾지 못하다가 겨우 이온몰과 붙어있는 왼쪽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겨우 발견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이온몰과 연결된 육교가 나오고, 그 육교를 통해 이온몰 1층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조식 외에는 모두 가마이시 안에서 해결해야 하기에 끼니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 탐색 시작
 

 
 
 
 
한가득 쌓여있는 후쿠시마산 모모...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내내 이온몰에서 만날 수 있었던 모모는 늘 가득 쌓여있었다.
 

 
 
 
 
완두콩 맛 과자가 대세인지 다양한 과자가 많았다.
 

 
 
 
홈런볼이 생각나 구매해 먹었지만 생각보다 눅눅한 식감...
 

 
 
 
 
진저에일이 있어서 반갑게 구매
 

 
 
 
 
이온몰에 기본적으로 입점해 있는 배스킨라빈스는 일본인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소도시인만큼 노인 인구가 많고, 대다수의 주택에 이렇게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주택에서 이런 형태의 경사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저녁밥으로 아래의 식당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경사로가 내 마음만큼 비좁아 실패했다.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산 가까이 가자 놀이터 위에 수없이 세워진 묘비가 보였다.
 

 
 
 
https://maps.app.goo.gl/W3kcd1dTUJmyaV6b6

신카엔 혼텐 · 2 Chome-1-20 Omachi, Kamaishi, Iwate 026-0024 일본

 
 
 
저녁은 1951년 창업한 신카엔 혼텐의 가마이시 라멘. 오픈시간에 맞춰 들어갔고 내가 첫 손님이었다. 오래된 동네 가게 그 자체, 노포 라멘집.
 

 
 
 
입구는 좀 좁지만 단차는 없어서 우회전을 잘해서 들어가면 된다.
 

 
 
 
 
가마이시 라멘은 700엔에 한 끼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메뉴다. 약간 스낵면 스타일의 꼬들꼬들하고 얇은 면발에 호불호 없는 밍밍한 간장 베이스의 라멘이었다. 호로록 면발을 집어먹다 보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양은 많지 않다. 맛이 밍밍하다면 시치미를 잔뜩 뿌려 또 다른 맛으로 먹을 수 있다.
 

 
 
 
여자 사장님이 요리를 하셨고 젊은 남자 직원이 서빙을 했다. 내가 라멘을 주문하고 받기도 전에 한 명씩 계속해서 손님이 들어왔고 다 먹고 나갈 때에는 홀이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