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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억지스러운 말이 되겠지만, 나는 집을 짓더라도 그 집에 그늘이 어떻게 사계절 다르게 내려앉는지를 계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낡고 오래된 사물의 색조와 광택과 당신의 곤해 보이는 안색과 윤기 없음을 좋아하겠다. 시를 쓰더라도 당신의 오래 골병든 부위를 파고들어가 아물게 할 수 있는 약 한 줄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국수를 뽑더라도 한 그릇의 분량이라도 막일꾼의 소진된 기운과 기분을 되살려주는 반죽을 하고만 싶다.
종교가 간절한 시대는 지난 것인지 사람들은 이제야 시간을 믿기 시작했다. 시간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시간이 우리에게 보상을 해 준다고 믿기로 한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 말고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는 사람만이 혼자의 품격을 획득한다. '혼자의 권력'을 갖게 된다. 혼자 해야 할 것들은 어떤 무엇이 있을지 혼자 가야 할 곳도 어디가 좋을지 정해두자. 혼자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혼자 잘 지내서 가장 기뻐할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것도 알아두자. 이것이 혼자의 권력을 거머쥔 사람이 잘하는 일이다.
혼자인 나를 탈탈 털어서 쓰다 가는 것. 그것은 나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아끼지 않으려는 것.
침대 밑에 모으고 있는 돈 상자를 매일 열어보는 것처럼 뻔하게도 아니고 아무렇게나도 아니고 그래서 당당한 것.
큰 재능은 없지만 이 시대의 중요한 사람인 것.
그래서 자면서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머리맡에 불 하나를 켜두는 것.
-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혼자 여행하는 동안, 당장 누군가가 옆에 없어 힘이 드는 건 돌아 왔을 때 사랑해야 할 사람을 생각하라는 빈 '괄호'의 의미이며, 혼자인 채로 너덜너덜해졌으니 봉합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말이다.
건성으로 살다가 치열하게 여행을 가도 좋겠다. 참을 수 있는 만큼만 눈물을 참다가 여행을 떠나서 실컷 울어도 좋다는 이야기다. 돌아와서는 '삶은 보기보다 치열한 것으로 이어진다'라는 철학으로 단단해질 테니.
우리가 서로의 가시에 찔릴까봐 서로의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면, 우리가 자주 추운 것이 얼음 속에 언 채로 갇혀 있는 나를 꺼내주는 뭔가가 없기 때문이라면, 미친 사람처럼 매일 아침을 여행으로 시작하라. 그러면 우리의 하루는 춤을 추면서 무대 위로 향한다. 남들이 보는 내 뒷모습도 달라 보인다. 손 씻으며 거울을 보더라도 지나치지 않고 자신에게 말을 걸게 된다. "어때? 너도 여행을 할 때면 녹아서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 들지?"라고.
일상을 여행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매일 밤을 여행을 마친 사람처럼 잠들라. 그렇게 잠을 자는 것은 하루종일 많은 걸음을 걸은 나 자신을 껴안고 가라앉는 일임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에겐 출신 성분의 비밀이 하나 있는데 우리 유전자 속에는 여행자의 피가 남아돌고 있음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 매일 밤, 여행을 마친 사람처럼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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