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저녁거리를 사러 나갑니다. 오늘 하루종일 먹은 건 미센의 닭날개와 교자, 그리고 스타벅스 멜론 프라푸치노 한잔이 전부입니다… 사실 그대로 쓰러져 자고 있었지만 내일도 움직이려면 탄단지를 몸에 넣어줘야 합니다.
오다와라역에서 숙소로 가는 길목에는 미나카 오다와라(Minaka Odawara, ミナカ小田原)라는 목조 주택 모양의 큰 상점이 있습니다. 1층의 식당은 늦은 저녁에도 손님들로 바글바글합니다. 건물은 2층, 3층, 주차장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엔 건물 디자인과 맞춘 목조 버전의 로손도 있네요.
미션 발동! 세탁을 돌려놨기 때문에 30분 안에 돌아와야 합니다. 고민하다가 결국 인류의 완성품 햄버거. 버거킹으로 갑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출시한 아보카도 버거가 광고 중입니다. 하지만 아보카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는 다른 메뉴에 도전해 봅니다.
클로징 1시간 전, 아직도 테이크아웃하는 사람들과 식사하려는 사람들로 버거킹은 분주합니다.
해외여행 중 체인 햄버거 가게를 가면(버거킹, 맥도널드) 그 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먹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버거킹 신메뉴 어글리 치즈버거세트에 도전합니다. 번 모양이 특이하네요. 이래서 어글리버거인가 봅니다. 전혀 어글리 하지 않고 약간 치즈베이글 모양인걸요. 맛도 치즈베이글 맛이 납니다. 베이글 전문점 포비의 볼케이노 베이글이 떠오릅니다. 메뉴를 보니 일본 버거킹에는 말차파이도 있네요. 개구리가 토한 모양 같아 시도해보고 싶진 않습니다. 🤢 햄버거는 아주 훌륭했어요… 빵도 막 구워 노릇하고 야채도 아삭아삭 신선했습니다. 클로징 전 햄버거 치고 아주 좋았어요!
하코네는 어묵이 유명한지 동네에 어묵거리가 있네요. 술과 어묵으로 밤을 적시는 흥겨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코네 입구이기도 한 오다와라는 현지인에게도 사랑받는 도시인가 봅니다. 오랜만에 큰 도시가 아닌데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양새가 신기합니다. 토요코인을 향하는 길, 저 멀리 오다와라 성이 보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입니다. 어제와 다르게 바짝 말라있는 맨홀로 아침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다른 맨홀들에 온통 애니메이션... 여기 뭐 하코네에 유명한 애니메이션 배경지가 있나 보네요. 머글은 한 장 찍고 떠납니다.
어제 거의 기절하다시피 잠들었는데, 본격적인 수면에 들기 전에 온 팔과 다리에 휴족시간과 찜질팩 등을 덕지덕지 붙이고 잠들었더니 생각보다 몸 상태가 좋습니다. 바깥은 아직도 비가 오고 있습니다. 정도껏이어야지 너무 많이 오니까 비가 징그러워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코네에 가고 싶어 오다와라에 숙소를 잡은 만큼 오늘은 버스를 타고 미술관에 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미술관으로 가는 대중교통 경로는 쉽지 않습니다. 오래 걸릴 수 있겠다 싶어서 미리 간식을 구매합니다. 오다와라역에 있는 무인양품에서 맛챠 바움쿠헨 하나와 맛챠 초콜릿 케이크 하나, 그리고 쟈스민 차 하나를 구매해 소풍 가는 아이처럼 가방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여행을 가면 늘 물 대신 쟈스민차를 먹습니다. 쟈스민차를 먹으면 몸속까지 향긋해지는 것 같아요.
아래의 버스를 타고 내렸는데 기사선생님이 잘못 내려주셨어요. 처음에 의사소통에 오류가 있었나 봅니다. 2km를 걸어야 미술관인데.... 계속 비가 오고 있는 데다가 작은 폭의 인도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걸어갈 길이 아닙니다. 날씨가 이런데도 관광 오신 분이 정말 많더라고요. 일단 밥부터 먹고 이동하기로 합니다. 마침 근처에 유명한 두부요리 집이 있길래 그쪽으로 향합니다.
불쌍해 보이는 시바이누. 왜 이렇게 슬프게 주먹밥을 먹고 있는 거야?
1번. 두부 요리 전문점. Yubadon Naokichi(湯葉丼 直吉).
실패.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은데도 일요일이어서 일본인, 서양인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한국인은 거의 못 봤어요. 도착했지만 입구에 턱이 있네요..... 한 30cm 되어 보입니다. 도와준다고 했지만 턱이 너무 높아 위험해 보여서 포기했습니다. 근처에 다른 식당도 많아서 선택지가 이때는 많아 보였거든요.
2번. 소바 전문점. 하츠하나소바 본점(はつ花そば 本店).
실패. 가게 앞 돌다리까지 줄이 서있다. 내부는 잘 안 보여 보지 못했는데 휠체어에 옮겨서 먹어야 한답니다 ;ㅁ; 휠체어 채로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없다고. 여기도 포기!
시부야까지 가는 로망스카. 여러 번의 실패를 겪고 시간이 너무 지나 미술관에 가기도 애매해져 버렸습니다. 계획하지 않은 여행은 때로 아 이곳은 별로였어,라는 오해를 만들기도 합니다. 계획을 충분히 세웠다면 더 좋은 하루가 되었겠죠. 하지만 뭐, 이미 하루의 반이 지나가버린 걸 어쩔 수 있나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도전해 봅니다. 장어덮밥으로 유명한 가게로 향합니다. 이미 미술관은 머릿속에 잊힌 지 오래입니다. ^_^
로망스카는 바닥에서도 달리고 있습니다. 다음에 도쿄에 머무르게 된다면 좀 더 계획적인 하코네 여행을 세워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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