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침내 호텔에서 체크아웃한지 여섯 시간이 넘어 후지노미야역에 도착했습니다. 얏호
후지노미야역 개찰구 밖으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풍경입니다. 키야아. 실은 최종 목적지가 있는데 이렇게 나오자마자 뙇! 하고 보이니까 굳이 가야 하나...? 그런 마음이 들긴 했어요. 건물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정말 크게 보이더라고요.
최종 목적지는 후지산 세계유산센터입니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가니 뒤통수가 따끔따끔했어요. 역무원들이 제 뒷모습을 계속 지켜봤거든요. 괜찮을까요 하면서. 그럴만합니다. 무거운 캐리어에 손잡이에는 짐 한 덩이가 더 얹혀있었거든요.
평지였지만 워낙 신호가 많고 중간중간 끊기는 길이 많아서 진짜 한 팔이 뽑히는 것 같았어요. 팔 두 개로 다리 두 개의 기능까지 모두 수행하는 인생, 팔에 오는 근육통이란 늘 상주하는 손님이지만... 이런 팔이 빠질 것 같은 통증은 처음입니다. 귀국하고 나서도 근육통은 일주일 더 간 것 같네요.
아래 구글뷰에서 가는 길목 하나를 캡처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끊어지는 길이 너무 많으니까 그때마다 캐리어를 끌어야 하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왜 후지노미야역에 맡기지 않았을까요. 왜에에에에에에에에ㅔ에ㅔ
뛰지 않아도 숨찰 수 있는거 알아요? 앉아만 있어도 숨은 찬답니다. 허억허억 대다가 횡단보도 신호에 걸렸습니다. 한번 멈추면 더 힘든데 말이죠.... 신호에 멈춰 선 4차로에서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보는데 잠깐 현타가 와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날씨가 좋아 햇빛이 쨍쨍했습니다. 잠시 캐리어를 던져버릴까 고민했어요. 햇빛은 미친 듯이 뜨거웠고 손목과 어깨는 빠질 것 같고. 앞에 있는 후지산에 대한 기대보다 다시 돌아갈 일을 생각하니 환장하겠더라고요.
https://maps.app.goo.gl/w7Mafk3MAptJHCfQ8
시즈오카현 후지산 세계유산센터 · 5-12 Miyacho, Fujinomiya, Shizuoka 418-0067 일본
★★★★☆ ·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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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네, 기어코 방문하고 말았습니다. 해냈습니다. 토요일 오후 3시였고요,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았습니다. 제일 좋았던 건 1층에서 캐리어를 무료로 맡길 수 있다는 겁니다. 보관해 주겠다고 가져가는데 진심으로 고맙더라고요. 물론 나만 그렇게 해주는 게 아니라 모든 방문객에게 그렇게 해줌. 장애인화장실도 있고 엘리베이터도 휠체어 접근성은 아주 훌륭합니다. 후지산이 품에 있는 것처럼 가깝진 않지만 웅장한 광경을 멍하니 관망하기에 충분한 거리였습니다.
https://maps.app.goo.gl/mt8dopG2fpK7mUQ79
센겐 신사 오도리이 · 5-5 Miyacho, Fujinomiya, Shizuoka 418-0067 일본
★★★★☆ · 신사
www.google.com
센겐 신사 오도리이도 세계유산센터 앞에 있습니다. 인증샷을 찍기 딱인 앵글입니다.
아래는 센터 5층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네요. 제가 갔을 땐 만년설이 적어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멋있었어요. 뭔가 후지산, 하면 만년설이 반은 차 있어서 그런 모습을 기대했었나 봐요.
1층 기념품 샵에서 구매한 시즈오카현 차. 기념품샵은 딱히 살만한 게 없었네요. 차 한병이랑 후지산 스티커 하나 구매했습니다. 차를 꿀꺽꿀꺽 마시며 다시 5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고생하면서 온 거 생각하니까 바로 못 떠나겠더라고요. 흘린 땀, 시원한 시즈오카 차로 다시 수분 채워주면서 한참을 앉아있었습니다. 후지산도 보고 영상통화도 하고 영상 찍고 사진 찍고.... 한참을요.
바깥으로 나가지 않아도 내부 의자에 앉아서 후지산을 조망할 수 있도록 환경이 잘 구성돼 있습니다. 저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요 풍경이 더 좋았습니다. 뭔가 5첩 액자처럼, 방 안에 후지산을 펼쳐놓은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지옥길을 다시 걸어가는데 갑자기 나타난 아카네. 귀가하는 길이라며 자기도 후지노미야 역으로 간다고, 行きましょう이끼마쇼↗(갑시다↗) 하는데 귀여웠다. 고마워, 당신이 없었으면 지금 왼쪽 팔은 아직도 제 기능을 못했을 거예요. 헤어질 때 혹시 여행할 때 선물할 일이 생길 때 주고 싶은 것들을 갖고 다니는데 마침 엽서가 있었습니다. 윤동주의 서시. 오늘 본 후지산이 예뻤냐며 그렇다고 하니까 よかった요캇타!(다행이다) 라고 했지만 후지산보다 아카네가 더 예뻤습니다.
다시 후지노미야역에서 미노부선을 타고 후지역으로, 그리고 환승해 아타미역으로, 또 환승해 오다와라역으로. 오늘 하루의 절반 이상은 전철 속이네요. hahahahahahahaha! 2시간이 걸리고 교통비는 1,340엔. 사실 차편만 바로바로 환승하면 1시간 30분이면 가는데 후지역에서 10분, 아타미역에서 25분이나 환승 대기시간이 있었어요. 신후지역으로 가서 신칸센을 타면 총 1시간이 걸리지만 4천엔 정도가 들어서 그냥 1시간 더 타고 교통비를 절약해 볼까 했지만.... 아타미역에서 바로 후회했습니다. 아낀 4,000엔으로 고호비 프라푸치노 몇 잔 더 사먹죠 뭐....
하루의 체력을 모두 소진하고 아타미역으로 가는 전철 속에서 거북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고개를 푹 수그리고 저녁은 뭘 먹을지 구글맵을 검색해 봅니다. 그러다 목이 뻐근해 고개를 들었는데 후지산이 바로 코앞에 있더라고요. 후지역 근처였어요.
그리고 아타미역에 도착했습니다. 저 멀리 아타미 토요코인 지점 로고가 보이는데, 오다와라 말고 아타미역에서 2박 3일 할걸...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휴족시간을 덕지덕지 붙이고 기절하듯 잠들 테다 다짐해 봅니다. 후지산… 만나서 반가웠고… 다음엔 좀 더 가까이 갈게요. 아카네를 보내줘서 고마워요!
어떤 아름다운 길은, 길을 잃어야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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