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성에서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방향으로 건너가려고 하는데 횡단보도 대신 이런 긴 지하도로가 있다. 평평한 내리막길, 오르막길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좀 고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수동휠체어라던가.
https://maps.app.goo.gl/T8mSERxGYtiZF8tz5
원폭 돔 · 1-10 Otemachi, Naka Ward, Hiroshima, 730-0051 일본
★★★★★ · 전쟁 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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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멀리서도 보이는 히로시마의 상징. 원폭 돔이 보였다. 뼈대만 남아 금방이라도 폭삭 주저앉을 것만 같다.
원폭 돔 바로 옆에는 오리즈루 타워(おりづるタワー)라고 해서 원폭돔, 폭심지, 아이오이교(원자폭탄 조준지점)를 모두 볼 수 있는 타워가 있다. 전망대라고 볼 수 있는데 성인 2,200엔의 비싼 가격에 더해, 이미 원폭돔이라거나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에서 충분한 자료들을 볼 수 있어 전망대에 오르진 않았다. 건물의 표면에는 히로시마의 평화를 상징하는 종이학이 새겨져 있다.
1층에는 전망대 티켓 없이도 기념품샵을 둘러볼 수 있다. 히로시마와 관련된 각종 엽서, 마그넷, 음식 등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아래의 사진은 히로시마 평화도시 기념비(원폭희생자 위령비)다. 내가 찍은 사진에는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기념비 앞에 서서 원폭 돔 쪽을 향해 셔터를 누르면 평화의 불꽃,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원폭 돔까지 세 개 다 모두 한 앵글에 담을 수 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원폭 돔이 다시 불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https://maps.app.goo.gl/G1BWAb1CwjXo8wuc6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 · 1-2 Nakajimacho, Naka Ward, Hiroshima, 730-0811 일본
★★★★★ · 역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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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평화기념저료관은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지만 현장학습 온 일본인 학생들도 정말 많았다. 전국각지에서. 평화기념자료관은 200엔의 입장료가 있고 시간대별로 예매할 수 있다. 내가 방문할 당시엔 그 시간대에 바로 예매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평화기념자료관은 기대했던 것보다 내용이 꽤 풍부하다고 느꼈다. 당시 평화로운 일상 속의 참혹함이 잘 드러나 있었다. 방문한 사람의 방문기록지도 있었다. 한 권의 노트 중에 한국어는 딱 한 줄 있었다.
그다음 날에도 시간이 남아 히로시마 거리를 정처 없이 거닐었다. 강가를 따라 걸으니 날씨도 좋고 바람이 참 따뜻했다. 그리고 일몰 시간이 되어갈 즈음 지는 해를 등에 두고 원폭 돔을 다시 방문했다.
히로시마는 정말 정말 까마귀가 많았다.
해가 지는 시간에도 원폭 돔을 카메라에 담거나 가만히 강가 끄트머리가 걸터앉아 생각에 잠긴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그 옆에 나란히 서서 원폭 돔만큼 커다란 느티나무의 그늘 아래 잠시 쉬어가며 히로시마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보이는 히로시마 시내 중심 상공 580m에서 폭발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에는 당시 원자폭탄이 떨어진 순간을 관람객이 하늘에서 지켜보는 시야로 콘텐츠를 제작해 도시가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을 연출해 놓았다. 그 외에도 원자폭탄이 떨어진 순간, 그 후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그을린 유품이라던가 변형된 신체 등을 전시했다.
가슴 아픈 일이다. 다만 종이학과 다양한 심볼로 평화를 이야기하는 콘텐츠들이 남아있는 민간인들, 아직도 고통받는 원자폭탄의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왜 리틀보이가 히로시마 상공 480m 위에서 폭발했는지, 그 원인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고 느꼈다. 아직 불과 백 년도 지나지 않은 일이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무고한 일본 국민들과 당시 일본에 있던 징집된 조선인들의 고통을 누가 알아줄 것인가. 고통은 누군가 알아준다고 덜어지지 않는다. 그저 되돌아보며 반복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히로시마시에 내가 체류한 기간은 겨우 3일뿐이었지만, 약 한달여간의 일본 체류 중에 가장 많은 장애인을 본 도시였다. 내가 여기에서 말하는 장애란 눈으로 구별 가능한 장애로 휠체어를 타거나 신체 일부가 변형된 장애를 말한다. 물론 우연일 수도 있다. 그리고 2023년 1월 30일에 발표된 인구 이동 보고에 따르면 히로시마현에서 전출하는 사람이 전입하는 사람과의 차이가 3년 연속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내가 느낀 히로시마시의 고요함은 기분 탓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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