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하브스,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

 

https://maps.app.goo.gl/NTK5Q4nqLS6T537BA

 

 

이날 내가 방문한 하브스는 메이테쓰 나고야 메인 스토어 지하 1층에 있는 지점이었다.

 

 

몇년전 먹었던 런치의 기억이 좋아 오전 11시 40분에 도착했지만 줄은 U자를 그릴 정도였다. 거의 다 일본인. 여기 런치 가성비가 좋다. 원래 가고 싶었던 타베로그 미슐랭이 등재된 초밥집 名駅 鮨 Sublime는 입구에 턱이 두 개나 있고 가게 안도 좁아 보여 포기했다. 다만 회전율이 너무 낮아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하브스가 언제 생긴 식당인데, 아직도 이렇게 줄을 선다고? 포기할까 싶었지만 이미 기다린 시간이 아까웠다.

 

 

일본인들은 무더운 여름날에도 샌들을 신어도 절대 발가락을 드러내지 않더라. 꼭꼭 스타킹이나 투명 양말을 신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리고 마침내 12시 40분에 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으며 1시간 만에 주문까지 완료했다. 자리에 앉아 홀을 둘러보니 공간에 비하여 좌석배치가 비효율적이다. 모두 4인 테이블이었으며, 길게 바처럼 놓인 의자 2인석이 2개 뿐이었다. 하브스의 특성상 손님은 거의 대부분 여자고 혼자 오는 사람도 많았다. 4인석을 반으로 갈라 2인석으로 여러 개 확보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지만, 가끔 식당들의 구글 리뷰를 보면 '공간이 너무 가까워 함께 먹는 것 같았다' 이런 리뷰가 많더라.

 

 

양상추, 비트, 오이, 토마토, 아몬드에 시저드레싱이 뿌려진 흔한 샐러드였다. 이 샐러드는 주문한지 5분이 지나 나타났다. 한국인 빨리빨리 성질이 나온다. 왜 순환이 느린지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런치메뉴를 주문하면 샐러드, 본메뉴, 디저트, 차 한꺼번에 나올 것 같지만 이곳은 “코스”다. 샐러드가 나온 후 15분이 지나자 파스타가 나왔다.

 

 

토마토 모짜렐라 파스타를 주문했다. 몇 년 전 처음 혼자서 후쿠오카로 여행 왔을 때, 파브르 텐진점에서 먹었던 것과 동일한 파스타였다. 당시 파스타라는 음식이란 모짜렐라 오븐 스파게티가 전부인 나에게 이런 상큼하고 맛있는 파스타도 있구나 알게 해 줬던 추억의 파스타다. 어릴 때 경양식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일본의 경양식은 있지도 않은 추억이 떠오르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보기에는 적당해보이지만 먹을수록 양이 꽤 많다고 느꼈다. 바질, 토마토, 모차렐라치즈. 참으로 단출해 보이는 재료로 이런 맛을 내다니. 왜 내가 만드는 토마토 모차렐라 파스타는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소스를 팔고 있다면 구매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파스타를 15분 만에 다 해치웠다.

 

파스타를 먹고도 한참 기다리다가 결국 부르기 전까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손들었다. 후식으로는 시즌케이크인 딸기초콜릿케이크와 베르가못 오렌지 티를 주문했다. 시즌 메뉴인 향긋한 티는 참 맛있었다. 일본에서 티나 커피 등이 포함된 세트 메뉴를 먹을 때는 홍차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일본의 홍차는 어딜 가든 수준급으로 우려 준다. 그리고 늘 그렇듯 설탕도 함께다.

 

 

그리고 몇분 후 케이크가 나왔을 때 속으로 뜨악했다. 와! 거의 미니 홀케이크 수준의 조각 케이크 하나라니… 미쳤다. 먹을 수 있을까? 했지만 도륙 내버렸다. 왜 아직 한국에 생기지 않을까. 손들고 지점 내고 싶은 케이크. 밀도 있는 케이크는 아닌데 스펀지마저 사르륵 녹아버린다. 크림은 당연히. 너무 달지도 않고 과일은 금방 딴 것처럼 신선하고 상큼했다.

 

포장해 가는 사람도 많다. 조각 케이크도, 홀케이크도. 마음 같아선 한 박스 포장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웨이팅 한 시간 포함 약 2시간이 넘어 힘겨운 런치를 마쳤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식사를 한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어라, 그런데 영수증이 3,600엔? 왜 런치 가격이 아니지? 직원에게 물어보니 나는 런치 메뉴로 주문할 수 없는 케이크와 티를 주문했기 때문에 다 따로따로 결제된 것이다. 아 그래서 케이크가 그렇게 컸던 거다. 오리지널 한 조각 사이즈여서. 근데 그걸 다 먹은 나... 괜히 배가 터질 거 같은 게 아니었어.

 

 

 

https://maps.app.goo.gl/54xr1ZC9UVzKrCfg9

HARBS 高島屋gate tower mall店 · 일본 〒450-0002 Aichi, Nagoya, Nakamura Ward, Meieki, 1 Chome−1−3 タカシマヤゲ

 

다른날 클로징 직전 테이크아웃한 하브스 케이크! 나고야 다카시야마 게이트 타워 4층에 있는 지점을 방문했다.

 

 

시즌 스페셜인 로얄 밀크티 케이크와 그린티 무스 케이크 중에 고민했지만 남은 케이크 중에 가장 맛있어 보이는 마롱 타르트로 결정!

 

 

케이크를 포장하는데 포크는 100엔, 봉투도 별도의 비용을 받는다. 각박해! 너무해! 따뜻한 홍차나 블랙커피와 먹고 잠들 생각에 룰루랄라 숙소로 돌아간다. 마롱 타르트의 크림은 느끼할 것 같지만 프레쉬하고 위스키 향이 타르트와 참 잘 어울렸다. 이날이 벌써 나고야 사흘차. 그제야 나고야의 복잡한 미로 같은 아케이드에 익숙해졌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