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가 여전히 바람이 한쪽이 없는 채로 시즈오카로 갔다면 정말이지 식도에 돌멩이 얽힌 듯 심난했을 텐데 다행히 해결되어 도쿄 야에스 기타구치 토요코인 간판과 도쿄역 앞을 찍어보았다.
어제 비행기를 탑승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바퀴에 바람이 없어서 뭘 먹으러 나갈 수도 없었다. 아직도 입맛이 뚝 떨어졌지만 뭐라도 욱여넣으려 떡 하나를 샀다. 무맛인 쫄깃쫄깃한 떡을 이쑤시개 같은 포크로 종이접기 하듯 하나씩 끌어올려 기호에 맞게 팥을 떠서 같이 먹으면 된다. 요거요거 꽤 괜찮았다. 팥도 많이 달지 않아 떡을 좋아하지만 단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딱이다.
혹시 도쿄역에서 신칸센을 탑승하는 휠체어 이용자라면 미나미 구치를 찾아와서 개찰구를 통과해야 할 것이다. 18번-19번 엘리베이터 쪽이다.
신칸센 표는 온라인으로 미리 예매한 다음에 내가 갖고 있는 일본의 교통카드 토이카 카드(IC카드)에 넣어왔다. 신칸센을 탑승하는 개찰구에서 IC카드를 탭 하면 위처럼 같이 내가 예매한 표가 나온다. 도쿄에서 시즈오카까지 자유석(입석) 5,940엔!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도카이도 산요 신칸센 히카리를 타고 시즈오카를 향해 출발했다. 신칸센은 원래 어제 날짜로 예약했지만 디행히 수수료 없이 오늘 날짜로 변경이 가능했다. 도쿄역에서 시즈오카역까지는 무려 길이만 181km지만 신칸센이라면 1시간 만에 도착이다. 신칸센은 확실히 크고 넓었다. 다만 자유석이라 슬쩍 앉아있다 주인이 오면 비켜줘야 한다. 오늘의 예약석은 만석이라고 적혀있었지만 아직 빈자리가 있어 날름 들어가 앉았다.
시즈오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은 아기자기한 도시였다. 도쿄에서 와서 더 그랬겠지만. 그리고 쇼와의 날을 지나 연휴가 끝나가서 그런지 거리를 다니는 사람이 정말 적었다. 타노스가 왔다 간 것 같았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3박 4일을 예약했지만 2박 3일을 하게 된 산즈 오 시즈오카로 향했다. 이 호텔은 정말 저렴해서 감동이었다. 그리고 저렴한 이유를 나는 호텔이 다가올수록 알게 되었다. 공사 중이었다.
1층은 입구고, 체크인 체크아웃하는 로비는 2층에 있다. 로비는 뭔가 카펫에 깊게 배인 담배냄새가 났다. 외국인 스태프 세 명이 얼리 체크인을 해줬다. 미리 기차를 놓쳐 다음날 가겠다고, 오늘의 환불은 받지 못하는 것에도 동의한다고 미리 연락해 두었기 때문이다.
휠체어 접근가능한 객실은 319호. 3층에 있다. 미리 예약 전에 혹시 뷰가 있는 방으로 받을 수 있냐고 물었는데, 역시나 배리어프리 객실은 3층에만 있다고 했다.
타 호텔 대비 저렴한 편이라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꽤 컸다. 배리어프리 객실에 딱히 필요해 보이지 않는 낮은 테이블과 손이 닿지 않는 옷걸이는 좀 아쉬웠지만, 욕실에는 욕조도 있고 목욕용 의자도 있었다. 캐리어를 올려놓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다.
모텔에 있을 법한 강렬한 색감의 소파, 호텔은 그래도 벽지나 카펫이 깨끗했다. 욕실은 휠체어를 회전시키기에는 넉넉하지 않지만 깔끔했다.
시즈오카 이세탄 8층에는 홋카이도 특산물 판매 이벤트를 하고 있다. 홋카이도를 여행할 때 만났던 유명한 브랜드의 과자들과, 치즈 등 유제품, 해산물 덮밥, 라멘 등등 홋카이도의 유명한 음식들이 옹기종기 귀엽게 모여있었다. 약간 재래시장, 아니 재래마트 같은 느낌이랄까. 소규모에 복작복작 모여있는 것이 퍽 귀여웠다. 뱅글뱅글 돌다가 충동구매를 꾹꾹 억제하고 북해도산 감자와 양파 수프를 각각 한 팩씩 샀다. 만약 시즈오카가 마지막 여행 도시였다면 보냉팩에 연어알 담아갈 뻔했다. 이세탄 백화점은 규모가 작았다. 그냥 딱 동네 어르신들이 마실 나가는 백화점 정도.
맥도널드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무라이 버거를 포장해 슨푸 공원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작고 내 기준치의 초록초록함이 부족한 공원이었다. 자꾸만 호주 시드니의 하이드 공원이 생각났다. 내가 시즈오카를 떠나는 5월 3일부터 축제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벚꽃나무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둘 다 해당되지 않는 계절에 방문해 여유롭게 공원을 돌아볼 수 있었다.
호텔에서 4시간 정도 잠깐 기절했다가 체력을 회복하고는,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스타벅스는 서점과 붙어있어서 좋다. 일본어를 읽지 못해 아쉽다. 일본의 커피는 늘 너무 연하게 느껴졌는데,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이제 늘 트리블 에스프레소 라테를 주문한다. 요거는 그나마 커피맛이 난다.
참고로 서점에는 장애인 화장실도 있으니 필요하신 분에게 참고가 되길 바란다. 서점에는 책뿐만 아니라 귀여운 액세서리, 문구용품 등이 구비되어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익숙하게 서점을 드나드는 모습이다.
그리고 돈키호테 주변으로는 유흥 업소가 거의 두 블록 이상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입구를 지키는 가드들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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