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썸네일형 리스트형 #잠 못 이룬 날들에 대한 기록 4 - 약은 나를 구원할 수 없다 *본 글은 의학적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의 주관적인 경험입니다.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초진 때 의사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약을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을 겁니다. 언젠가는 먹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육 개월, 길게는 일 년까지 바라보고 치료를 시작해 봅시다. 그 말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던 것 같다. 나야말로 약에 의존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그렇지만 의존성 때문에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고 모처럼 마음먹은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극단적인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것은 마치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운동장에서 넘어져 무릎이 까졌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통은 환부를 깨끗하게 닦은 다음 빨간 약이나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일 것이다. 운동장 바닥을 갈아버려야겠다.. 더보기 #잠 못 이룬 날들에 대한 기록 3 - 잠은 갈래트보다 달콤해 *본 글은 의학적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의 주관적인 경험입니다.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그러나 병원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잠시 난관에 부딪혔다. 몰랐는데 정말 많은 정신의학과 의원이 도처에 있었다. 송충이 눈에는 솔잎만 보인다더니 딱 그 말대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약은 쉽지 않았다. 가능한 집에서 가깝고 평이 좋은, 그리고 주말 예약이 가능한 곳으로 고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곳들은 대부분 평일 낮시간 대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것도 일주일 뒤, 심하면 한 달 뒤까지. 조금 충격이었다. 자의든 타의든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나는 최근 왕복 출퇴근 시간이 길어져서 평일엔 전혀 시간이 나질 않았다. 최종적으로 내가 고른 곳은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의 개.. 더보기 #잠 못 이룬 날들에 대한 기록 2 - 내담자가 되어가는 과정 사실 오랫동안 불면에 시달리면서도 약을 처방받아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냥 그런 선택지 자체가 나에게 없었던 것 같다. 약을 처방받는 순간 비정상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아 두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나 자신을 다그쳤다. 이 정도 가지고 약까지 먹어? 아직 덜 피곤한가 보지. 생각을 자꾸 해서 그런 거야. 생각하지 말자. 나약해지지 마. 주된 계기는 코로나에 확진되기 한 달 전 즈음 받은 심리상담이었다. 무료로 상담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딱히 가서 무언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다양한 심리검사를 해볼 수 있다는 동료의 추천에 용기를 얻어 심리상담을 예약했다. 가장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선택했다. 그 동네에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가 있었고 그곳의 라떼는 나를 항상 들뜨게 했다. 상담장소.. 더보기 #잠 못 이룬 날들에 대한 기록 1 - 이제는 좀 자야겠는데요 뭔가 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이른 새벽 기상 때문이었다. 양질의 잠을 취한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불면의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악몽에 잠을 깨면 쿵쾅거리는 가슴에 숨을 헐떡이다 그대로 알람시간까지 될 때까지 깨어있기도 했고, 3시, 4시쯤 번쩍 눈을 떠 동이 트면서 밝아지는 창가를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밤을 새우다시피 하는 날의 장점도 있었다. 몹시도 지친 육신은 그런 날의 다음 날은 기꺼이 잠을 허락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개운하진 않았다. 기절하듯이 잠들고 일어나면 팔 손가락 마디마다 뻣뻣하고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기상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패턴에 익숙해졌다. 포기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까. 예전에는 이런 상황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