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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해외탐방기

시라오이의 콘텐츠가 되버린 아이누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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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오이역에서 국립 아이누 박물관 우포포이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히가시무로란역에서 전철로 가까워 방문해 보았다. 소수민족 아이누족이 궁금하기도 하고. 사실 히가시무로란 역 숙소를 찾으면서 아이누족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아이누(Ainu)는 아이누어로 '인간'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의 사할린, 쿠릴 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등에 분포해 살던 소수민족이자 선주민이다. 북방 몽골리안의 민족으로 부족 국가 형태를 띠고 있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사실상 아이누라는 명칭도 아이누족이 일본인들에게 자신들을 오랑캐 취급하는 '에조' 대신 불러달라고 요구한 명칭이다. 반면에 자기들끼리 자기 민족을 부르는 명칭은 '동포'를 의미하는 우타리(Utari)이다. 즉 '아이누'는 다른 민족이 자신들을 지칭할 때 불러주길 바라는 명칭이고, '우타리'는 아이누족이 스스로를 부르는 명칭인 셈이다.

 

 

 


시라오이역 역사 밖으로 나와 박물관이 있는 방향으로 가는데, 이 길이 정말 맞아? 하는 의문이 들 때 즈음 아래의 이정표가 맞다고 대답해 준다. 거리는 황량함 그 자체, 대부분 자동차나 버스로 방문하는지 나처럼 걸어가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국립 아이누 박물관 우포포이는 내부 순환 셔틀버스가 있을 정도로 넓다. 주차장은 방문한 사람들의 자동차로 꽉 차있었다. 자동차용 입구와 도보용 입구가 따로 있다. 주차장 입구 앞에서 안내하는 주차요원들이 여러 명 보였다. 내부가 넓은 만큼 햇볕도 정통으로 맞았다. 그늘이 없어 햇볕을 피할 수가 없었다. 꼼꼼히 본다면 2시간은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었다. 그래도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휠체어로 다니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다만 너무 넓고, 그늘이 적기 때문에 스스로 휠체어를 밀어야 하는 수동휠체어 사용자는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나고야의 지브리가 떠오를 정도로 넓었다.

 

 

 

도착한 박물관에서 늦은 점심 겸 끼니를 때울까 했는데, 메뉴가... 전부 솔드아웃이잖아? 방문한 시간은 겨우 1시였다. 애초에 대부분의 음식이 품절이 아니었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우포포이의 대표 마스코트. 방문객 대부분이 일본 현지인이었다. 어린아이가 포함된 가족단위 구성이 대부분이다.

 
 
 
입장료를 구매하고 들어가면 드넓은 육지가 나타난다. 박물관은 거대한 대지 위의 건물 하나일 뿐, 호수를 끼고 있어 산책만 해도 멋진 공간이었다. 일본 아니랄까 봐 훌륭한 조경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입장티켓. 이것만으로 모든 것을 둘러볼 순 없고, 내부마다 표를 구매해야 하는 콘텐츠도 있다.

 
 
 
입구 오른편에 있는 건물에 가장 먼저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창밖으로 우포포이 전체적인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경치를 구경하다가 마침 전시 중인 아이누족의 나무공예 전시회를 보려고 하는데, 입장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단다. 복지카드를 보여줬더니 바로 티켓을 발매해 줬다.

 
 
 
작가 아이누족 후지토의 수령관음상. 1968년 가을부터 관음보살 입상 제작을 시작했다. 교토와 나라에서 일주일간 머무르며 오래된 불상의 모습을 눈에 담고 다음 해 6월에 완성했다.

 
 
 
곰의 털을 표현하기 위해 수백 번 수천번 긁어냈을 조각상

 
 
 
기념품샵도 1층에 있는데, 딱히 구매충동을 자극하는 기념품은 없었다.

 
 
 
박물관에서 나와 시라오이 역으로 가면서 중간에 있는 기념품 상점에 들렸다. 홋카이도 아이스커피와 유바리멜론맛 바움쿠헨을 먹으며 떨어진 당을 채웠다.

 

 

 

둘러보는 내내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찝찝함이 가슴 한편에 남아있다. <식민지 조선 이전에 아이누족이 있었다(한겨레, 22.10.16)>에 따르면, "그러나 여전히 일본 정치는 아이누족 불평등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이나 역사적인 공유자산에 대한 인정과 거리가 멀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7월 일본 정부는 우포포이에 아이누민족박물관과 테마파크를 개관했는데, 아이누족 활동가들은 이곳을 공동체에 대한 모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착민들의 식민주의가 구축한 권력 구조를 영속화하고, 오히려 아이누인들을 관광상품으로 전락시키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누족에겐 이 테마파크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없으며, 도쿄올림픽 시기 관광수입 증대를 목적으로 건설됐다."라고 하니 어찌 찝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본 제국이 1899년 제정한 홋카이도 구 토인 보호법(일제는 아이누를 구 토인으로 불렀으며, 인간의 덜 진화된 모습으로 간주했다)의 내용은 아이누의 토지 몰수, 수렵 금지, 아이누 고유 풍습 금지, 일본어 사용 의무화,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 등이었다. 알고 나니 시라오이 역사 바닥의 그림이 마치 아바시리 감옥 박물관처럼 보인다.

 

 

https://maps.app.goo.gl/XBp5LQ35f6jZZo2u7

 

Upopoy (National Ainu Museum and Park) · 2 Chome-3 Wakakusacho, Shiraoi, Shiraoi District, Hokkaido 059-0902 일본

★★★★☆ · 국립박물관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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