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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해외탐방기

한국인 최애 노보리베츠, 휠체어 여행 난이도는 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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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무로란에 숙박하는 동안 노보리베츠, 시라오이 등 전철로 이동이 가능해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오늘은 노보리베츠 역으로! 전철 금액은 편도 440엔. 히가시무로란 역에서 노보리베츠 역으로 가는 길은 약 11개 정류장을 지나야 하고 20분이면 도착한다.

 

 

 

 

역에 내리자마자 도깨비가 반겨주는 노보리베츠. 역사가 오래된 탓에 장애인 화장실도 없고 에어컨 바람도 엄청 약했다. 사람도 워낙 많다보니 바글바글 혼잡함에 어지러울 정도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히가시무로란 역에서 노보리베츠 역으로 갈 땐 하차해서 밖으로 나가면 되는데... 그 반대 방향으로 향할 때는 범블비를 방불케 하는 계단 리프트를 탑승해 엄청나게 긴 계단과 육교를 건너야 했다. 미리 그 사실을 알았으면... 나처럼 계단 전동 리프트를 싫어한다면, 시간과 돈을 더 투자해서라도 피하고 싶다면... 그냥 시라오이 역까지 갔다가 다시 히가시무로란 역으로 돌아오는 것도 방법이다.

 

 

 

 

 

관광객이라고는 캐리어 끄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한적한 히가시무로란 역에 있다가 노보리베츠 역에 오니... 외국인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하다. 다국어를 하는 직원도 있고, 홋카이도 레일패스 중 삿포로-노보리베츠 패스를 발권 가능한 역이기도 하다보니 직원들이 아주 바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구글맵에도 휠체어 이용 가능한 버스가 나오고, 내가 보고 있는 버스도 분명히 저상버스인데 슬로프가 안된다고… 혼자 덜렁 나타난 외국인 휠체어 손님에 당황한 기사님들이 한참 토론하다가, 휠체어를 그냥 들어서 저상버스로 옮겨줬다(!). 다행히 계단도 없고 말 그대로 저상버스, 높이가 낮은 버스여서 가능했지만... 당황스럽다. 허헣 어쨌든 감사합니다… 

 

 

 

 

혹시 버스를 탈 수 없다면 걸어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길을 보니 절대, 절대로 도보로 불가능해! 꼭 대중교통을 이용하길 바란다.

 

 

 

 

버스에서 하차한 뒤에는 기사님이 이따가 노보리베츠 역으로 돌아갈 때는 어떤 정류장에서 탑승해야 하는지 미리 알려줬다. 슬로프가 있어도, 저상버스가 있어도 휠체어 사용객은 원할 때마다 이용하기 힘든 홋카이도 여행...

 

 



버스는 호텔 마호로바 앞 정류장에서 정차했다. 도보로 지옥온천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쨍쨍한 마른하늘에 비가 떨어진다. 급하게 지옥온천 바로 앞에 있는 노보리베츠 공원안내소 안으로 몸을 피했다. 각종 기념품과 음료수 자판기, 화장실 등이 있다. 사람이 많았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는 데다 목이 말라 자판기에서 블랙 커피 한잔을 뽑아 마시며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홋카이도 여행을 하면서 만나기 힘들었던 한국말을 여기에서 가장 많이 들었다. 단체 관광객도 있었고, 렌터카로 여행 중인 가족 단위의 한국인이 대부분이다. 노보리베츠는 당일치기보다는 여기에 있는 여관이나 료칸을 예약해서 오는 게 좋은 것 같다. 꽤 큰 료칸이 많고 온천이 많다 보니 당일치기로 분화구나 보고 떠나기엔 아쉽다.

 

https://maps.app.goo.gl/riU96CUgp7pdczPT8

 

지옥계곡 · 無番地 Noboribetsuonsencho, Noboribetsu, Hokkaido 059-0551 일본

★★★★☆ · 명승지

www.google.com

 

 

그리고 어느 정도 비가 그치고, 마침내 노보리베츠 지옥온천에 도착했다! 끓어오르는 유황 온천, 화산 증기, 등산로가 있는 분화구.  등산로 경사로가 아래처럼 있지만, 정말 코닿을 거리의 낮은 위치의 전망대나 가장 높은 전망대는 휠체어로 접근할 수 없어 아쉬웠다. 아래 정도의 경사로는 스스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낮은 곳으로 가는 전망대의 경사로는 혼자서 용기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가팔랐다. 하지만 아래 전망대의 형태가 위에서도 보이고,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아 덜 아쉬웠다.

 

 

 

https://maps.app.goo.gl/vTGs8agUDswTto3CA

 

오유누마 연못 · Noboribetsuonsencho, Noboribetsu, Hokkaido 059-0551 일본

★★★★★ · 명승지

www.google.com

 

이제 지옥온천도 봤으니 밥이나 먹으러 갈까 하다가 선로를 비틀었다. 바로 내가 방문할 곳은 오유누마 연못. 노보리베츠 지옥온천이 생각보다 허무해서, 그냥 떠나고 싶지 않았다. 도보로 거리는 멀지만, 누구도 나처럼 걸어가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도전해 본다.

 

 

 

 

 

길은 우리가 아는 그냥 그 고속도로이다. 전망대는 구글 세부정보에 휠체어 접근 불가로 되어있지만... 연못 정도는 멀리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냥 가고 있다. 그리고 왠지 이대로 버스를 타고 노보리베츠 역으로 돌아가기엔 아쉽다. 날씨도 좋고 햇볕도 따뜻했지만 좀 무섭긴 하다.

 

 

 

 

 

산 중앙에 있으니 빗소리가 좋다. 새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생각보다 정말 멀다. 굉장히 멀다. 2km 도보이동, 쉽지 않네.... 일단 가더라도 돌아올 길을 걱정하며 직진 중이다. 자동차가 앞뒤로 내 앞을, 그리고 뒤를 지나간다. 산에 있는 자꾸 날파리가 나에게 달려든다. 오롯이 나만 도보 이동은 아니었다. 1인 여행객 한 번, 2인 여행객 두 번. 이렇게 걸어서 이동 중인 사람들도 있다. 길이 구불구불하고 차가 많이 다니기 때문에 차로 이동할 경우, 저속 주행이 필수다.

 

 

 

 

마침내 오유누마 연못 푯말을 발견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길은 질척한 흙바닥이다. 진흙 그 자체. 휠체어 뒷바퀴가 흙범벅이 됐다.

 


오유누마 연못(大湯沼) 오길 잘했다! 지옥계곡보다 훨씬 멋있어. 얼음 같은 연못을 보고 나니 요 며칠간 우울했던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다. 이제야 노보리베츠에 오길 잘했어, 하고 뿌듯함이 몰려온다. 이즈음에 치통이 심해 컨디션의 난조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는데... 또 가져갔던 약이 다행히 잘 들어서 통증도 염증도 가라앉아 기운을 내서 노보리베츠의 오유누마 연못도 볼 수 있었다. 뭔가를 해냈다는 느낌이, 좀 더 나를 기운나게 한다. 오유누마 연못에서 안내소 쪽으로 돌아올 때는 훨씬 빨리 도착했다. 약 10분 정도. 내리막길이었고, 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버스 정류장을 타러 가는 길에는 식당과 기념품 샵이 많았다. 스티커, 마그넷, 입욕제 등등.

 

 

 

 

그러다 곰 목장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만나 또다시 방향을 틀어 곰목장으로 향해본다. 자유여행의 장점은 내 멋대로 일정이 가능하다는 거다.

 

 

 


노보리베츠 곰목장의 주차장은 굉장히 큰데,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통행료가 있다. 로프웨이는 조그만 사이즈지만 간격이 짧아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이동 중이다. 로프웨이를 타고 곰목장으로 가는 입장료는 성인 3,000엔, 아동 1,500엔. 로프웨이 타기 전 건물에도 다목적 화장실이 있다. 곰목장은 반려동물은 함께 입장할 수 없다.

 

 

 

 

입구 앞에서 만난 귀여운 검정 시바, 날씨 탓에 매우 더워하고 있다.

 

 

 

 

곰목장을 보고 돌아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노보리베츠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유독 한 곳의 줄이 길다. 소바 도코로 후쿠안(そば処福庵). 역시 더운 날씨엔 라멘보다는 소바다.

 

 



이번엔 슬로프가 있는 차가 있어 다행히 슬로프를 이용해 탑승했다. 다들 처음 써보는지 슬로프 앞뒤도 구분하지 못했다.

 

 

 

 

안녕 노보리베츠. 다음엔 료칸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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