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택시어플 휠체어 옵션 후기(Go Taxi)

도쿄역에 24인치 캐리어와 함께 도착한 나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어플을 이용해 택시를 불렀다. 일본에서 이용할 수 있는 택시 어플은 꽤 다양하다. 도쿄라면 대부분의 택시 어플을 사용할 수 있다. GO TAXI, UBER, DIDI, 카카오택시까지. 원래 여행 때 대부분은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택시를 이용지 않는 다면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경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이용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대중교통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한 일본을 자주 방문하게 된다.

 

그러다 최근에 고 택시(GO TAXI) 어플에 휠체어 지원차량 옵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도쿄역에서 가야 하는 숙소는 기요스미시라카와역에서 도보 10분 이상의 거리. 여러 번 지하철을 갈아타는 데다가 도보로 이동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택시를  처음으로 불러봤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고 차량 옵션에서 휠체어 차량을 선택하면 된다.

 

 

 

어플을 키고 택시를 호출하자 도쿄역 마루노우치 북쪽 입구로 호출위치가 잡힌다. 택시가 아무 데서나 주차할 수 없기 때문에, 어플이 안내하는 대로 도쿄역 마루노우치 북쪽 입구에 가서 택시를 호출했다. 택시를 호출하고 도착하고 나서 바로 탑승하지 않으면 대기하는 시간까지 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서 호출 위치로 먼저 갔다. 도쿄역이 워낙 복잡하기도 하고 어디가 북쪽인지 몇 번 와봐도 도통 헷갈려서 말이다. 이곳도 한참 찾았다.

 

 

 

택시는 호출하자마자 잡혔다. 그것도 인근에서. 휠체어 접근가능한 택시가 많은가? 신기하네, 생각하면서 붐비는 도쿄역 주변을 구경했다. 마침 해가 지는 시간이라 북적이는 사람들과 노을이 물든 단풍잎을 구경할 수 있었다.

 

 

 

마침내 내가 호출한 택시가 도착했다! 어라? 그런데 외관상으로 보기에 그냥 일반 택시다. 뒤에 휠체어를 적재할 만한 공간도, 슬로프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휠체어 택시라면 카니발이나 스타렉스 같은 대형 승합차를 개조한 것이 대부분인데. 설마 잘못 불렀나?

 

 

 

불안한 마음에 기사 아저씨가 내리자마자 휠체어 택시를 불렀는데 잘못 온 게 아닌가요? 물어보자 잠깐 기다려달란다. 그러더니 범블비처럼 앞 좌석을 앞으로 쭉 땡겨붙여 공간을 만들기 시작한다. 오 신기해... 근데 수동휠체어 치고 무거운 내 휠체어를 실을 수 있을까?

 

 

 

휘유유... 개조 중인 기사님을 기다리면서 잠깐 청명한 하늘을 보며 마음을 다스렸다. 택시로 옮겨 앉은 다음에 휠체어를 접어야 하나? 캐리어도 실어야 하는데 가능한가? 지금이라도 취소할까? 눈은 하늘을 보고 있지만 온갖 플랜 B C D E가 머릿속을 헤집는다.

 

 

 

휠체어가 탑승할 각이 나오질 않아 문이 열린 채로 앞으로 당겨 주차한다. 무거운 내 캐리어와 함께 잡아보았다. 외톨이야 외톨이야...

 

 

 

마침내 내부 정리를 마치고 공간을 만들어 낸 기사님이 접이식 슬로프를 뒤에서 꺼내더니 펼쳐서 간이 경사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 꾸역꾸역 탑승... 휠체어를 안에서 돌리느라 애먹었다. 발판 다 뽑고 힘겹게 회전, 앉은키가 큰 사람은 천장에 머리가 닿을 것 같다. 어찌어찌 휠체어를 고정하는 벨트도 맸지만 사이즈가 크다 보니 사실상 제대로 묶진 못했다.

 

 

 

그렇게 30분가량이 걸려 힘겹게 탑승을 완료하고 출발, 15분 만에 도착한 택시 요금은 2,200엔. 원래 2,100엔이었는데 현장결제 누르고 뭘 하더니 갑자기 혼자 100엔이 올라갔다.

그렇게 캐리어도 숙소 입구까지 내려다 준 기사님은 다시 슬로프를 정리하셨다. 거리에 비해 비싼 택시요금이지만 차량 개조하고 다시 돌려놓는 시간을 생각하면 2,200엔 손해이실 듯...

 

 

하차 후엔 히스토리 디테일에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어르신과 함께하는 가벼운 수동 휠체어나 유모차에겐 유용하겠지만, 무게가 있는 전수동휠체어나 전동휠체어는 불가할 듯하다. 그래도 짐이 많거나 일행이 있다면 교통비 비싼 일본에서 택시는 꽤 편리한 선택지이긴 하다. 아무튼 이후로 고 택시는 이용하지 않았다. 하코다테처럼 휠체어 택시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를 찾아보는게 더 낫겠다. 고택시 휠체어 옵션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