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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국내탐방기

핑계없는 날, 삼각지 옛집 온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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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의 국수는 맛보다도 스토리에 주안점을 둔다. 용리단길이라는 이름 아래 우후죽순 생겨나는 식당들 이전에, 원래부터 있던 주택의 모양을 살려 루프탑 카페로 변모하기 전에, 청와대가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에도 말이다. 곧 물에 젖은 종잇작처럼 허물어질 것 같은 삼각맨션 아래 키큰 사람은 구부정하게 들어가야할 것만 같은 그집, 옛집은 국수를 팔았다. 돈이 없어 국수를 먹고도 냉수 한사발 요청하고 도망가는 사람에게 넘어지니까 천천히 가라고 한 할머니가 이 옛집의 주인공이다. 작지만 깊은 제품에 벽지에는 대통령 시계에 방문 당시 신문 스크랩까지 붙어있다.

국수 사발에 잘 익은 소면, 고명이라고는 잘게 썬 다시마, 파, 유부가 전부다. 면을 호로록  한입하고 젓갈이라곤 들어간 것 같지 않은 김치는 단조롭지만 아삭하다. 먹다 목이 막히면 그릇째 국수육수를 후루룩 입가심하고 나면 몸이 뜨끈해진다. 국수만으로 아쉬운 사람들은 국수 하나에 김밥도 한 줄 같이 한다. 김밥 역시도 옛날 단조롭던 그 김밥이다. 학생 때 매점에서 팔던 한 줄에 천 원짜리 김밥. 계란, 당근, 우엉, 단무지가 전부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계란지단에 파도 살짝 들어가 있다 ㅎ. 소박한 메뉴에 소박해 보이는 식당 치고는 이모님이 많다. 평일 점심시간, 손님은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처럼 혼자 점심을 간단히 때우려는 사람이 많다.

세월에 따라 온국수는 오천 원이 됐고 김밥은 이천 원이 됐다. 이 주변 상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가격이다. 7천 원의 한 끼, 계속 찾을 것 같다. 고명이나 내용물이 좀 부실하면 어떠냐, 답답하고 메슥거리는 속 시원한 육수로 밀어내버리고 다시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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