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4박 25일 11개 도시 여행을 마치며

 

드디어 24박 25일 11개 도시 일본 여행기의 마지막 글입니다. 이렇게 장기간 여행을 한 것은 처음이라 걱정했지만 순식간에 지나갔네요. 지연 착륙, 휠체어 파손, 쉽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나름 건강한 여행이었습니다. 3주를 무사히 마무리했으니 다음엔 3개월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3개월을 무사히 끝내면 3년에 도전해 보고 싶겠죠. 어라, 그러면 그다음엔 30년인가요? 여행이 곧 인생이 되겠네요.

 

혼자 하는 여행이다 보니 4천장의 사진을 남겼고 일기도 참 많이 썼습니다. 오롯이 24시간을 내 것으로 사용하다 보니 쓸데없는 말을 할 필요도, 동반자의 텐션 맞추기도, 다음엔 뭘 먹어볼까 하는 고민에 대한 시간이 줄었어요. 때론 그래서 심심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덕분에 다른 곳을 더 보고, 같은 것을 봐도 더 관찰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들요.

 

1. 세계에서 가장 65세 이상 인구가 많은 나라(29.1%)
소도시를 여행하는 내내 Youtube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일본영화 PLAN 75가 떠올랐다. 도시가 죽어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PLAN 75는 75세가 되면 스스로 생사를 결정하는 정부의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로 정부는 고령화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스스로 결정한다라는 말은 언뜻 상냥한 배려처럼 들리지만 사회적, 정치적 의문이 드는 극단적인 제도다. 끔찍한 이야기지만 마냥 판타지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고령 인구 비중에 한국은 5위(16.6%)지만 비율의 증가 추세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 2040년 무렵엔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출생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2. 노인을 타겟팅한 복지사업
일본은 최근 노인 증가 및 인구절벽을 우리나라보다 한 발짝 앞서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노인들 중에는 실버타운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늙어가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 노인들을 위한 주택 개조 사업이 굉장히 활발하다고 한다. 옆집 누구가 화장실에서 미끄러져서 머리를 다쳤대.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주고,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는 등의 주택 개조 사업. 이 또한 남일 같지 않다.
 
3.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
수도권 집중이 50%에 달하는 한국보다야 덜하다지만 일본 역시 수도권 집중 현상을 직접 느끼고 왔다. 도쿄, 나고야 도시와 그 외 도시의 인구 밀도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도쿄로 전입하는 인구가 무려 7만 명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인구 집중이 심화됐다. 도쿄도의 순전입자(전입자-전출자)는 2년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일본 3대 도시권인 오사카, 나고야는 전출자가 전입자를 초과하며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4. 언어는 역시 환경 속에 놓여야 학습이 빠르다. 계속 일본어를 듣고 말하려고 시도했더니 어느 순간 귀가 트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이해했다는 것은 아님). 퇴근길 아저씨 안줏거리도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 수다도 내용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 좀 더 꾸준히 성실하게 공부할 예정이다.
 
5. Kick The Bucket
원래는 일본 전국 철도여행이었지만. 3분의 1을 탐험해본 것으로 반쪽자리 버킷리스트 ✔️. 아무런 죄책감이나 두려움, 절망 등의 구질구질한 감정 없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하는 느낌은 살아 처음이라 행복했다. 3주는 나만의 해방일지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꾸준히 기록하자는 목표 또한 이루었다.
 

6. 여행 중 마신 コーヒー(커피) 등 드링크 종류를 모음. 아이폰 자동 누끼 따기 기능은 참 편리하네.

 
 
7. 시즈오카를 시작으로 도쿄까지 도시의 특징이 담긴 맨홀 등 모음. 같은 맨홀도 비에 젖은 것 젖지 않은 것, 색깔이 있는 것 없는 것, 찍었는데 또 찍은 것 모두. 이렇게 바닥을 열심히 보고 다닌 것은 처음이다.

8. 당신의 뒷모습

 

작별인사 마무리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만간 또 글을 정리해야 할 날이 올 것 같아서요. 2024년 여름을 보내주고 다시 떠날 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