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뚱카롱(크림을 두껍게 넣은 마카롱), 크로플(크로와상 생지를 와플 틀에 구운 것)에 이은 도넛의 유행이 한창이다. 이 알록달록한 고오급 디저트의 가격은 대략 오천원 정도로, 흔히 비유하는 돼지국밥 한 그릇. 노티드 도넛, 올드페리도넛 등 그 보기만 해도 턱 샘까지 떨리는 설탕 덩어리를 줄 서서 사 먹네 하며 놀라움도 잠시 우후죽순 도넛 가게가 동네 먹자골목마다 상륙 중이다.

나에게 도넛이란 크리스피도넛, 던킨 도넛, 이 도넛계의 양대산맥이 전부였다. 기찻길 작은 동반자로 얇은 설탕 시럽을 뿌린 글레이즈드 도넛이라던가 탁구공보다 작은 사이즈의 먼치킨 도넛 한 컵을 들고 KTX에 올랐던 게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온갖 화려한 도넛 대체제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도넛마다 속에 어떤 크림이 들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작고 동그란 크림이 올라간 깜찍한 노티드 도넛, 단짠 피넛버터크림이 담뿍 들어간 땅콩 가루를 올린 피넛버터도넛이 유명한 올드페리도넛, 씹으면 아작거리는 설탕 코팅을 깨 먹을 수 있는 톰스벌스데이, 아이언맨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먹었던 랜디스도넛까지! 샤넬런도 아닌 도넛 오픈런, 줄 서기는 기본이요, 늦으면 원하는 맛도 구할 수 없는 이 도넛은 단순히 밀가루 빵의 입지를 넘어선 것이다.

물론 이 양대산맥의 도넛의 조상님은 도나쓰다. 코리아 도나쓰. 글레이즈드 시럽도 초콜릿 코팅도 화려한 장식도 없는, 오로지 겉면에 묻어있는 거라곤 설탕이 전부인 코리아 도나쓰 말이다. 돌돌 말린 꽈배기, 팥이 들거나 아무것도 없는 찹쌀도넛. 물론 그런 도나쓰 조상님도 현재진행형으로 성장 중이다. 치즈찹쌀도넛, 소시지가 들어간 도넛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도넛마냥 꽈배기 위에 티라미수 크림, 로투스 가루, 인절미 가루 등 온갖 가루가 뿌려진 꽈배기로 성장해 절찬리 판매 중이다.

사람들이 새삼스레 도넛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화려함에 있다.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가운데 구멍이 뚫린 갈색 빵이 아니라, 흘러내리는 형태의 글레이즈 위에 땅콩 소보루가 한가득 올라간 피넛버터 도넛, 호머 심슨이 와앙 한입에 넣을 법한 핑크색 도넛 위에 알록달록 레인보우 스피링클이 한가득 올라간 라즈베리 도넛, 코코넛 가루가 눈처럼 소복이 쌓인 코코넛크림 도넛. 보기만 해도 치명적인 달콤함에 이미 50% 하루의 당분을 채우고도 남는 그 비주얼이란. 손바닥 위에 올리면 크림 가득한 도넛의 묵직한 무게는 단지 하루의 당분 채우기 뿐만 아니라 마음을 충족시키는 데에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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