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 여행 시간의 순서대로 기록하는데 이 포스팅을 쓸 차례가 오자 키보드를 두드리는데 좀 망설여졌다. 그래서 잠시 기록하는 것을 멈췄다. 무게라 호수, 정확히는 Lake Moogerah Caravan Park까지 몇 군데 경유지를 거친 뒤 집합장소(브리즈번 시청 부근)에서 약 2~3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당시 투어를 온 것은 우리 그룹뿐으로 가족 단위가 타 그룹이 많았다. 수영하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뛰어노는 아이들 다양했지만 여유롭고 참 좋았다. 한국의 공원에서는 느끼기 힘든 여유였다. 무게라 호수는 브리즈번 시내에서 약 100km 거리로, 차를 렌트했다면 차박하기도 딱 좋고 대형견과도 오기에 참 좋아 보였다.
브리즈번 무게라 호수라고 적긴 했지만 무게라 댐은 골드코스트에서도 100km 정도 거리에 있다. 투어는 일몰 시간에 맞춰 무게라 댐에 도착했고, 우리는 다행히도 날씨가 좋아 촉촉한 잔디밭에 누워 쏟아지는 은하수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철퍼덕 누워본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라 꿈같이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내 머리 위의 선명하고 푸른 하늘과는 다르게 저 멀리 구름이 가득한 곳은 천둥이 치고 있는 희한한 광경도 꿈같았고, 등 하나 없는 화장실 변기 안에 눈을 끔뻑이는 개구리가 있는 광경도 꿈같았다.
다만 무게라 호수로 떠난 투어, 한인 투어에 대한 언급을 할지 말지 고민을 담은 시간이 길었다. 투어는 투어업체에서 현지 드라이버와 밴을 한인 투어에서 섭외하고,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을 일정에 따라 여러 업체가 n/1 하는 것 같았다. 이번 여행은 미리 알차게 계획한 여행은 아니었고 거의 여행 직전에 몇 가지를 알아봤는데 밴을 이용한 투어는 거의 다 거절당했다. 1. 휠체어를 싣기 힘들고 2. 걷지 못하는 게 컸다. 일반적인 밴은 고속버스처럼 탑승문에 계단 두어 칸이 있고, 안전상의 문제 등등에 있어 기피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한 곳에서 OK가 됐지만 결과적으로 현장에서 전달되지 않았다.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투어를 다녀오긴 했다. 이 여차저차에 대해서는 자세히 적기보다는 딱 여기까지만 쓰는 게 좋겠다. 원래는 운전만 해야했을 운전하는 아저씨는 마지막 휠체어로 옮겨 탈 때도 중간중간 대기할 때도 내가 심심할까 봐 계속 말을 걸었다. 유난히 해가 뜨거웠던 날이라 창가에 책자를 붙여 햇빛을 막아주기도 했다. 그 배려가 쑥스럽고 고마워서 투어가 끝나고 지갑에 있던 20달러를 접어 초콜릿과 함께 건넸다.
무게라 댐에 들른 경유지 중 하나인 낙타농장. 바짝 마른 작은 언덕들이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질소 없이 빵빵한 호주의 과자들
무게라 댐의 거대했던 나무
댐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있었다.
투어에 포함되있던 BBQ.
번쩍번쩍한 천둥
벌러덩 누워 찍은 휠체어와 하늘,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휠체어 위로 나무와 은하수가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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