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는 바디스내처(The Body Snatchers, 신체강탈자) 계열 작품으로 얼핏 보면 지구에 해로운 인간을 징벌하는 것 같지만 기생수의 시각을 묘사하는 부분이 다른 바디스내처와 구별되는 매력으로 남는다. 그리고 몇 년 전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가 넷플릭스에서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좀 실망했고 걱정스러웠다. 어릴 적 재미있게 봤던 만화책 중 하나인 기생수를 어떻게 표현할까? 오른쪽이(주인공 신이치의 오른손에 정착한 기생 생물)의 느낌을 얼마나 잘 구현해 낼까? 결과적으로는 별로였다. 만화를 영화로 다시 제작한 것들은 대부분 감동적이지 않았다(최근 슬램덩크 제외).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에 신작이 떴다. 제목은 내가 알고 있는 기생수인데, 어라 출연진 이름이 한국어다. 주인공 전소니 외에 잘 아는 한국 배우들이 출연했고 연상호가 연출한 새로운 작품이었다. 오프닝은 내가 알고 있는 기생수와 동일했지만 달랐다. 자막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것으로 독도 100분의 1 외에 비슷했지만, 스쳐 지나가는 사진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다사다난한 재앙, 인간만이 만들어내는 파괴. 마치 하나의 환경보호 다큐멘터리 같았다.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인간이 100분의 1로 준다면 쏟아내는 독도 100분의 1이 될까." "모두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어느 날 하늘에서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떨어진다. 이 생명체에게 인식된 명령은 오로지 하나, "인간을 먹어라". 이 생명체들은 순식간에 인간의 몸에 파고들어 가 머리를 장악하고 인간의 겉모습을 한 채 다른 인간들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는 친절했다. 전도연은 수사팀 앞에서 발표하는 대사와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해 관객에게 완벽하게 그리고 유치하지 않게 기생수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의 캐릭터도 카리스마는 스크린을 압도했다. 진지해질 만하면 변요한의 능글맞고 픽 웃음이 나는 연기로 무거움(또는 고어함)을 해소했다. 총 6화 중 1화에서 <기생수>의 기본 특성에 대해서 지루하지 않게 털어냈다. 강우가 조직원들한테 쫓기는 단순한 내용의 원테이크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자칫 뻔하고 몇초면 끝날 단순한 장면을 액션드론으로 멋지게 만들어냈다. 시퀀스가 끝나고 나서는 마치 함께 카메라를 들고뛴 것처럼 숨이 찼다. 배우 권해효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다정한 형사님과 기생수의 반전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려냈다.
마지막 6화에서의 엔딩은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든다. 폭풍 같았던 5시간이었다.
이와아키 히토시는 기생수 외에도 '히스토리에'(미완, 13년 동안 7권) 같은 멋진 작품들이 있다. 히토시의 작품들은 표현에 있어서 다소 묘사가 잔혹하지만 확고한 세계관이 매력적이다. 작품 중 '칠석의 나라' 또한 디즈니 플러스 제팬에서 올해 7월 공개된다고 하니 그쯤 디즈니플러스도 구독해야 하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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