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해외탐방기

지브리에서 길을 잃었어요

JUNAMU 2023. 10.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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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산책할겸 기치조지역에 내려서 지브리로 향했는데 휠체어는 비추한다. 진흙이 편하다면 괜찮다. 편하지 않다면 아래의 방법 중에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1. 미타카역에서 지브리 셔틀을 타거나
2. 기치조지역에서 지브리 근처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리기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내내 백팩에 토토로 여러 마리를 대롱대롱 달고 가는 사람 등등을 봤다. 아 이 사람들도 나처럼 일찍 왔네라고 생각했는데 직원 게이트로 들어가더라. 출근길이었어… 회사 마스코트를 백팩에 달고 가다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토토로니까 가능한 거야.




지브리는 예약방법이 어렵긴 하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해서 (1,000엔) 전날 새벽까지 갈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 숙소에서부터 거리도 멀고 오른쪽 귀와 머리 통증으로 속이 메스꺼워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았다. 그러나 후회하기 싫고, 분명히 아쉬울 것 같아서 결국엔 갔다. 근처 공원에 도착해 로손에서 산 다시마베이스 밥에 참치마요가 들어간 오니기리랑, 명란이 들어간 오니기리, 기치조지역 1층에 있는 Le repas(ベーカリー&カフェ ルパ 吉祥寺店)의 시그니처 메뉴 카레빵 하나를 오랜만의 끼니로 뚝딱했다. 따끈따끈한 게 정말 맛났다.


산책하는 강아지들도 잔뜩 보고. 공원 한가운데 큰 기합을 내며 운동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마치 영화 안경(2007)의 한 장면 같았다) 모기에게 결국 피 한방울 내어주고 두번째 팀 순서로 줄을 섰다.

안경(2007)의 한 장면


지브리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카페도, 내가 주문한 음식은 찍을 수 있지만 내부는 안된다) 겨우 하나 찍었다. 카페에서 주문한 뜨아, 블루크림소다, 딸기오믈렛.



찍을 수 없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유일한 카메라인
내 눈 안에 한참을 담았다. 콘텐츠 중 단 1회만 허용되는 짧은 영화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일본어를 몰라 아쉬웠지만 어린 하울의 모습과 신비로운 연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애달픈 지브리의 오디오까지. 빈틈이 없었다.

 

당일 내가 본 영화


입장 시 건네주는 리플릿에는 구석구석 신비로운 것들을 찾아보라 적혀 있는데 정말 그랬다. 모두가 같은 입장권을 들고 입장하지만 어떻게 보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곳을 체험하게 된다.

지브리의 역사부터 하야오의 작업실, 조명을 활용해 움직이는 것처럼 역동적인 움직임의 착시를 주는 작품들… 지브리 속의 나는 행복한 미아 그 자체였다.

기념품 샵은 생각보다 작고 물건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기념품 자체보다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어른이들이 많아 재미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바랜 고운 치마를 발목 위까지 예쁘게 차려입은 두 분의 할머니가 예전 지브리 만화를 보며 재미있게 떠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무로 된 리프트,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등 휠체어 접근성도 완벽했고 올라가지 못하는 옥상 정원에 있는 천공의 성 라퓨타 관련 동상의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하나하나 촬영해 사진첩을 보게 해주는 것도 참 인상적이었다.


사람은 분명 많았지만 시간마다 사람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히 인원 조절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지브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여러 만화의 초안들이 방 한 칸을 가득 덮고 있었는데 그 스케치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고 생동감 있었으며 캐릭터들의 영화 바깥의 삶을 상상해 보는 것만 같아 그 공간에 한참을 우뚝 앉아있었다.


거의 모든 미술관이 그렇긴 하지만 지브리는 제한시간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나는 10시 두 번째 순서로 입장했는데 의도한 건 아니고 헤매다 보니 초반에 혼자 있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게 참 좋았다. 그야말로 영화에 빨려 들어가 있는 것 같았고 돌아가면 다시 하울과 센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지브리의 디테일은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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