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여만 하는 내가 남들이랑 여행하는건
휠체어를 타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제일 먼저 덤덤히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특히 혼자 여행할 때에는 이런 마음가짐은 필수다. 나는 타인의 도움 없이 가야 하는 곳은 재빠르게 포기한다. 인프라가 잘 갖추어지지 않는 여행지를 가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일본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 것도 그렇다. 여행과 다른 얘기긴 하지만 이런 버릇은 일상에서도 침범해 어지간해서 나의 한구석 작은 아이는 바깥에 내놓지 않는다.
어쨌든 일본이라고 해서 모든 곳이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것은 아니다. 흔히 우리가 알고 누구나 방문하는 후쿠오카, 오사카, 삿포로 등등 대도시는 전반적으로 잘 되어있지만 이외에 지하철로 갈 수 없는 곳도 많고, 저상버스가 없는 곳도 참 많다. 그런 곳에서는 그저 24V의 배터리에 의존해 뚜벅이로 다니는 것이 최선이다.
두 명의 친구와 가게 된 3박 4일의 일본 여행의 첫 도착지인 히타. 후쿠오카 공항에서 히타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3번째 방법인 택시타기도 했지만, 과다한 지출이 발생하므로 스킵했다.
1. 공항->공항 셔틀버스(휠체어 탑승 가능)로 하카타역 하차->하카타역 환승->히타역
후쿠오카 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하카타 역에 내린 다음, 하카타 역에서 히타 역으로 가는 방법.
이를 위해서는 하카타에서 히타로 가는 유후인 기차를 미리 예약하거나, 미리 예약하지 못했다면 하카타에서 A역으로 간 다음 A역에서 히타역으로 가야 한다.
2. 공항->공항 셔틀버스(휠체어 탑승 가능)로 국내선 하차->공항버스(휠체어 탑승 불가)->히타역
후쿠오카 공항 국제선에서 국내선으로 간 다음, 히타역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는 것. 1번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환성을 줄여 피로도도 줄일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드는 교통비(버스표)도 저렴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2번을 택했겠지만 만약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나는 1번을 택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통의 공항버스는 리무진 버스로 휠체어가 탑승할 수 없는 버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포기를 잘하는 나는 보통은 하지 않는 첫 번째 선택을 했다. 공항버스 타기.
동행 A가 내 무게를 버티지 못해섷ㅎ 기사 아저씨가 도움을 주셨다. 친구가 나를 업다가 개구리처럼 찍 넘어지는 것을 보고나서야 도움의 손길을 건네줬다. 당시 나는 한창 살이 데굴데굴 차올라있어서 체감상 쌀 한가마니 정도였어서 아저씨도 고되게 한 계단 한 계단 올랐다.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어쨌든 첫 번째 고난이었지만 무사히 해냈다! 오랜만의 함께 하는 여행이라 두근두근하고 설렜다.
히타역에서 내리자마자 찾은 교자집 一品香.
메뉴라고는 오직 교자, 맥주뿐이다. 교자 두 개에 빙비루 하나요!
동그랗고 조그마한 교자는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교자를 먹고 2차를 또 가기 위해 남은 만두를 포장했다.
교자는 다진 마늘이 들어간 간장에 살짝 찍어먹어도 맛있었지만 고추유자 양념을 콕 찍어 함께 먹는 것도 별미였다.
포기를 잘하는 내가 보통은 하지 않는 두 번째 선택이 바로 이 교자집이었다. 입구부터 턱이 있고, 내부는 휠체어를 좌우로 돌리기도 힘든 작고 좁은 공간이었다. 대게는 이렇다. 이것은 보통의 상황이다. 작고 좁은 가게 안에서 시끌시끌한 공간에서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막 구운 교자에 생맥주 하나, 누군가에게는 간단한 경험이지만 나는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이곳도 아마 손님이 이미 안에 있었으면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님은 오직 우리 셋뿐이었고, 가게의 노부부는 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의자 서너개를 옆으로 밀어놓아도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리고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동네 주민들만 가끔 들려 저녁의 한끼로 교자 한팩을 포장해갔다. 거의 4~5명이 앉을 수 있는 다찌석에 내 큰 휠체어가 꾸역꾸역 자리를 잡고 눈치볼 일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었던 건 함께한 친구 덕분이었다.
\보통의 나였다면 거의 하지 않는 선택이지만. 역시 삶은 하지않던 것을 할 때 좀 더 흥미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