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도 예약해야하는 시대에 산다는 것
2시가 넘어가자 비가 그치고 맑은 햇빛이 비쳤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은 맑았지만 바닥의 깊은 물웅덩이가 지나간 빗방울들을 설명했다. 새로운 신코야키 가게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https://maps.app.goo.gl/q4uw91xXVjJtpb3f8
バナナ焼き たい焼き 【だるまや】 · 13 Chome 2 Jodori, Asahikawa, Hokkaido 070-0032 일본
★★★☆☆ · 일본식 제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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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기전에 타이야키와 바나나구이로 유명한 과자점에 갔다. バナナ焼き たい焼き だるまや(바나나야키 타이야키 다루마야). 다루마야는 테이크아웃 전용의 아주 작은 가게였고 애매한 턱이 있어 앞바퀴로 올라서기 힘들었다.



예약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 거라고 구글맵 리뷰에 혹평이 가득했다. 역시나 가게에 내가 휠체어 앞바퀴를 걸치고 들어가자마자 곤란한 표정을 했다. 오늘 예약도 안되나요? 했더니 예약은 된단다. 그래서 한 개씩 예약해 달라고 하자 쥬우고푼? 니주고훈? 이라고 해서 15분? 25분인가…? 싶었다. 잘 못 알아들었다는 얘기다. 이름만 적고 가격은 왔을 때 지불. 애매한 시간이고 어차피 가려던 식당도 3시 30분 오픈이라 기다리기로 했다. 사실 15분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햇빛을 피해 나무 그늘을 빌렸는데 바람이 불때마다 나무가 샤워하고 머리를 털듯이 잎을 털어내자 맺힌 빗방울이 내 휴대폰과 정수리로 후두두둑 떨어졌다. 그늘을 빌려주는 대가인가. 내가 기다리는 동안 자동차 몇 대가 가게 앞에 섰다. 미리 전화로 예약하고 픽업하는 사람들이었다. 빈손으로 들어갔다가 한가득 끌어안고 나오길 반복했다.


15분이 맞았다! 정해진 시간이 되어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여자분이 나오셔서 내 과자를 건네주었다. 가격은 각각 190엔, 총 380엔. 타이야키와 바나나야키 모두 막 구워서 김이 펄펄 났다. 사실 나중에 야식이나 내일 아침으로 먹으려고 했지만, 이렇게 뜨끈뜨끈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고 바삭해 보이는데 먹지 않을 수가 있나. 일단 하나라도 먹어야지.. 하고 두툼한 바나나야키를 꺼냈다.


맛은 말해뭐해 겉은 바삭하고 속이 앙금은 뜨끈뜨끈 하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호하호하 입천장까지 까칠해질 만큼 뜨거워서 겨우겨우 식혀서 먹었다. 맛있었다. 왜 사람들이 예약해서 픽업해 가는지 알 수 있었다.


타이야키도 맛있었지만, 뜨거웠을 때 먹으면 얼마나 맛있었을까 싶었다. 다 식은 뒤에 먹으니 두툼한 반죽이 그새 질겨졌다. 확실히 우리나라의 붕어빵과는 다르다. 꼭, 사자마자 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