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자락의 홋카이도 5. 신치토세 공항 탐방기 (끝)
여행의 마지막 날 나는 여유 있게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했다.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국제선 탑승동으로 가서 캐리어 무게를 재고 코인락커에 캐리어를 넣는 일이었다. 코인락커는 100엔짜리만 들어가고 옆에 교환기는 1000엔짜리만 들어간다, 가장 큰 사이즈 600엔. 제주항공 티켓 위탁수화물은 15kg까지만 무료였는데 수화물 14.60kg (^^) 귀신같이 맞춰왔다. 여기에 병우유 200ml 두 개와 보냉제를 넣었으니 15kg를 딱 맞췄을 것이다.
올 때는 7kg 정도였는데 내가 8kg어치를 샀다니 믿을 수 없었다... 10시에 에어포트 급행을 탔고 11시 전에 도착했다. 출국시간 15시 55분, 아주 넉넉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체크인 게이트는 2시간 전까지니, 3층 국제선 체크인 쪽에 저울을 달아보고 캐리어를 보관하고 라멘공화국으로.
여전히 새우라면집 줄은 길었다. 끝쪽에 있는 새로운 라멘가게 けやき로 도전했다. 내가 주문한 건 대표메뉴 파미소라멘과 교자 한 접시. 교자야 말해 뭐 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정말 맛있었다. 새롭게 도전한 파미소라멘은 구불거리는 면발, 양배추, 파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있었다. 나는 뚝뚝 끊어지는 면발의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데(예시로 후쿠오카의 그 라멘) 구불구불한 면이 탱탱해 좋았다.
식사 후에는 국제선에 팔지 않을 것 같은 과자들로 구매했다. 르타오의 니카 위스키 초콜릿, 도리야끼, 건조오징어, 병우유, 선물할 유리 기린 등을 샀다. 국제선 가는 길에 있는 로이스 초콜릿을 구매할까 둘러보는데 전혀 구매충동이 들지 않아 이상했다. 3년 전에 왔을 때는 전부 하나씩 가져가고 싶었는데 말이지. 변한 건 체력뿐만이 아닌 것 같다.
체크인 카운터가 오픈하는 2시에 맞춰 갔을 때만 해도 여유롭게 국제선 면세점에서 선물할 과자를 사려고 생각했던 나는.. 착각이었다. 삿포로 국제선 보안검색대를 1줄로 운영하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더 빨리 출국하는 티웨이 항공 승객들과 함께 줄을 서야 했고 줄은 느리게 진행됐다. 통과하는데 40분 정도 걸렸다. 남은 이십여 분간은 과자 등을 구매했는데 듣던 대로 면세점은 작은 규모로만 열려있었다.
시로 어쩌구 과자(마켓컬리에 팔더라)... 롯카테이 버터샌드, 감자과자.. 옥수수과자.. 이 정도만 기억난다. 롯카츠노유를 밖에서 살까 고민했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초야 우메쥬 골드에디션을 구매하고 남은 동전을 자판기 녹차와 사과주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끝냈다.
출국시간이 임박한 티웨이 승객들은 줄을 섰다가 구매를 포기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내 뒤에 있는 분들도 티웨이였는데... 괜찮으신 거죠? 가셔야, 아니 뛰셔야 할 거 같은데요. 그리고 기어이 지각생들을 찾는 방송이 울리기도 했다(제 앞에 있어요!!!). 내가 탑승한 제주항공은 출국이나 귀국이나 지연비행 없이 떠날 수 있는 게 감사한 일이었다. 올 때도 제주항공은 한 줄을 전부 비워주었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배터리 내용 전달은 하나도 되지 않았지만 팔걸이에 편하게 팔을 기댈 수 있어 편하게 왔어요(제주항공 최고!).
이륙시간은 일몰시간이어서 이륙하고 나서 안정권에 들었을 때 지는 해를 감상할 수 있었다. 구름 위에 서서 바라보는 일몰은 그림 같았다.
귀국 비행 내내 1분도 안 잤다. 오프라인으로 저장해 둔 윤하 청춘페스티벌 유튜브 보기, 힘들어서 쓸 생각도 안 난 여행일지 몰아 적기, 배 아플 때 명상하기 등 하다 보니 벌써 착륙준비를 하라고 한다. 같은 자세로 엄지만 한참을 두드렸더니 손에 쥐가 난다... 사라진 방석 수화물 찾기 등 고난이 조금 있긴 했지만 캐리어도 다른 승객보다 빨리 나왔다. 이렇게 코로나 후 첫 해외여행이 허무하게 끝났다. 조만간 다시 보자 인천국제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