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딜레이 후기, 서비스직의 모든 계절은 눈물겹다
휠체어 고장의 에피소드에 앞서 지행 지연에 따른 후기를 더 남기고자 한다. 인천공항으로 회항한 다음 승객들은 한참을 더 기내에서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모두가 기내에서 내렸을 때 안내받은 것은 음식 바우처 2장과 17시 40분 출발이니 16시 30분까지 27번 게이트로 와달라는 것이 전부였다.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16시 정도에 먼저 27번 게이트로 향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승객은 제일 먼저 탑승한 뒤 제일 나중에 내린다. 다시 탑승을 시작했는데, 자리가 맨 앞으로 변경되어 내적환호를 외쳤다. 그 와중에 에어프리미어의 이코노미 맨 앞자리 레그룸을 보여 주고 싶어 열심히 비어 있을 때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한 승객이 기내 탑승 후 바깥에 있는 매니저에게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다고 다시 내리려고 했다가 승무원에게 제지당했다. 승객 모두가 피곤한 얼굴로 기내 수화물을 밀며 자신의 좌석을 찾아가는데 계속 나가겠다고 하고, 승무원은 규정상 안된다고 하고 실랑이를 하다가 승객은 끝내 욕설을 했다.
포인트는(물론 그의 최초 클레임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에, 여러 번 반복하는 문장을 들었을 때) 변경된 게이트로 가서 도착했다고 전화했는데 무성의하게 대답하고 재차 전화하자 3초 받은 후 그냥 끊어버리는 등의 고객응대에 화가 난 것이다.
망친 일정과 원했던 송구함을 받지 못해 끓어오르는 감정을 정제되지 않은 수도꼭지처럼 콸콸콸 쏟아내고 있다. 그 물줄기를 받고 있는 것은 콜 응대를 했던 직원도 아니고 항공사의 대표도 아니고 저가항공이라는 변명 아래 무리한 항공 일정을 수행하는 결정권이 있는 결정권자도 아니다.
우리네의 감정노동자인 서비스직을 대하는 애달픈 모습이다. 아니, 아니를 반복하는 그는 직원의 무릎이 바닥을 향하는 것을 바라는 걸까? 그 좁은 케빈 복도에 승무원 하나를 몰아넣고 배설하고 있다. 약 그렇게 20분가량 토하듯이 쏟아내고 한 손을 바지에 꽂고 돌아갔다.
벽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듣는 것만으로 몇 년 전 민원응대를 했던 경험이 떠오르면서 내가 욕설을 들은 양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특정 성질을 가진 민원인들은 해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배설을 원한다. 그들의 분노를 불안을 불만을 모두 쏟아 내야 한다. 우리는 그저 들어주어야 한다. 그저 듣고 호응해 주고 공감해주고 그의 배설을 끝까지 돕고 나서야 끝이 난다. 하지만 듣는 이의 고통은 끝이 나지 않는다.
물론 이번 지연에 대해서 항공사의 입장을 생각해 봐야 한다던가 그런 의견은 아니다. 솔직히 에어프리미어가 단 5대 항공기 그것도 하나는 현재 정비 중이고 오늘은 그마저도 한대가 정비되어야 할 것이고 남은 3대로 끊임없이 취항지를 늘리며 연속적으로 비행 지연을 계속하면서 저가항공이라는 간판아래 사건 사고를 여러 번 이어 간다는 것은 분명 항공사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다만 내가 들은 현장은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폭언이자 폭력이었기 때문이다.
승객이 전부 탑승하고 나서도 비행기는 이륙하지 못했다. 왜냐면 우리는 스케줄 중간에 끼어든 항공편이기 때문이다. 앞의 항공사들이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활주로를 뱅글뱅글 돌았다.
인천공항 6시 30분, 나리타 제2터미널 착륙 예정시간은 8시 25분. 나는 기내에서 제일 마지막에 내려야 하는 데다가 일본 특유의 속 터지는 지문 찍기 입국심사를 마친 뒤에 위탁수화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8시 47분 넥스는 어림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다음 차편이자 오늘의 막차인 9시 47분 넥스를 타면, 시나가와에서 시즈오카로 향하는 신칸센 막차가 10시 19분이기 때문에 어림도 없다.

집에서 나온 지 15시간 만에 도쿄 나리타 공항 도착. 마드리드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다. 착륙해 짐을 찾으면서 넥스를 취소하려고 했지만 이미 환불 가능 기간이 끝났다고 떴다.
휠체어와 위탁수화물을 찾는데 나리타 공항의 한국인 직원분 도움을 받았는데 직원분도 어마어마한 지연 시간에 놀라고 안타까워하셨다. 이번 회항 때문에 인천은 아비규환이라고 했다. 뉴욕, LA 모든 것이 지연되었다고. 입국심사와 세관심사를 하는데도 다른 일본 직원이 어디 항공사냐고 하니 에어 프리미아라고 하니까 웃으셨다. 지연이 번번한가 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4661699?sid=101
나리타행 에어프레미아 여객기, 여압 장치 이상으로 회항
산소마스크 내려오기도…항공기 교체 조치로 9시간 넘게 지연 인천발 일본 나리타행 에어프레미아 항공기가 기내 압력 유지 장치 이상으로 회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
n.news.naver.com
검색하면서 알았는데 한스경제에 따르면 내가 탑승한 항공기는 4개월여 전에도 태국 방콕에서 고장을 일으켜 이틀 연속 결항사태를 빚었다고 한다. 항공기의 등록번호 HL8517는 지난해 12월 17일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고장이 나 이틀 연속 결항 사태를 빚었던 인천행 YP602 편의 번호와 같다. 아이고오.